미국 메인주 사우스포틀랜드 인근의 대서양에서 바다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우스포틀랜드/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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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만에서 북유럽 쪽으로 흐르는 따듯한 해류인 ‘멕시코 만류’가 탄소 배출 증가 여파로 이르면 2025년부터 2095년 사이에 갑자기 사라지면서 세계에 엄청난 기후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부 학자들은 이 연구 결과를 해석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멕시코 만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의 페테르 디틀레우센 교수(기후모형학)와 수사네 디틀레우센 교수(수리과학)는 25일(현지시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AMOC)의 다가올 붕괴 경고’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멕시코 만류 등이 2025~2095년 사이에 큰 변환기를 맞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지적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21년 발표한 6차 보고서에서 이 순환류가 21세기 중에는 붕괴할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한 바 있다.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는 대서양의 따듯한 해류가 카리브해와 멕시코만을 거쳐 북미 대륙을 따라 북유럽 쪽으로 흐르고, 이어 북극해 근처에서 차가워진 뒤 대서양 깊은 바다 밑을 통해 남쪽으로 흐르는 것을 말한다. 이 가운데 멕시코만에서 북유럽까지 흐르는 따듯한 해류가 ‘멕시코 만류’다. 멕시코 만류 덕분에 영국과 북유럽 지역은 캐나다 등 같은 위도의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높다.
연구팀은 대서양 해류의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1870~2020년 해수면 온도 기록을 활용했으며, 예측 모형을 통해 순환류 체계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조기 경고 신호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런 분석 결과는 지구의 탄소 배출이 현재 추세대로 계속 늘어난다는 걸 전제로 한 것이다.
이 경고대로 멕시코 만류 등 대서양의 해류 흐름이 끊기면 전세계에 엄청난 기후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직접적으로 북유럽의 기온이 떨어지면서 폭풍이 늘어나고, 북아메리카 동부 해안의 해수면이 상승할 위험이 있다. 또 인도, 남아메리카, 서아프리카 지역의 강우량에도 급격한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페테르 디틀레우센 교수는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이 순환류는 지난 1만2천년 동안 끊긴 적이 없다”며 “아주아주 큰 변화이기에 매우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학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한 섣부른 해석을 경계했다. 조너선 뱀버 영국 브리스틀대학 ‘브리스틀 빙하학 센터’ 소장은 연구팀이 세운 가정에 다른 가정을 적용하면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니클라스 보어스 독일 뮌헨공과대학 교수(물리학)도 “급격한 변화 시점(티핑 포인트)에 대한 모형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며 “언제 해류에 큰 변화가 일어날지를 예측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테판 람스토르프 독일 포츠담대학 교수(해양물리학)는 “이 순환류에 급격한 변화가 언제 나타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이 연구는 그 시점이 우리가 생각하던 것보다 더 가깝다는 증거를 더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