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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역사는 잊고 ‘군사 협력’ 한·일…‘근본적 변화’ 갈림길 서다

등록 2023-08-02 06:00수정 2023-08-02 09:57

18일 한·미·일 캠프데이비드서 정상회담 개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3일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3일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데이비드 회담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난 29일 언급대로 한-일 관계는 이전과는 다른 ‘근본적 변화’(fundamental change)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 관계가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 북한을 봉쇄하고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군사적으로 협력하는 ‘준동맹’으로 격상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역사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묻히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35년간에 걸친 일본의 식민지배를 거친 한국이 일본과 국교 정상화 회담을 시작한 것은 한반도가 여전히 전화에 휩싸여 있던 1951년 10월이었다. 2차대전 직후 터진 한국전쟁으로 미국은 북·중·소(러)가 뭉친 공산주의 진영과 대치하게 됐다. 미국은 한-일 관계를 빠르게 정상화해 이에 맞서려 했다.

하지만 양국 간 ‘역사적 앙금’을 털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한·일은 1965년 6월까지 무려 13년8개월에 이르는 기나긴 협상 끝에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두 나라는 식민지배가 합법이었는지 불법이었는지 등 역사를 둘러싼 근본 문제는 미봉한 채, 일본이 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라는 청구권 자금을 통해 한국의 경제 발전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일본의 군사적 확장에 대한 한국의 뿌리 깊은 불신과, 군대의 보유와 교전권을 부인한 일본의 평화헌법으로 인해 양국 관계는 근본적으로 ‘경제협력’의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군사협력은 한-미 상호방위조약(1954)과 미-일 안보조약(1952)을 통해 미국을 매개로 이뤄졌다. 미국에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은 반세기 넘게 미뤄진 오래된 과제였다.

1989년 말 냉전이 끝나며 변화가 시작됐다. 일본군 ‘위안부’ 등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군의 관여와 동원 과정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1993)와, 지난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1995)를 내놓았다. 일본의 이러한 반성적 역사 인식 위에서 한·일은 서로를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하는 1998년 한-일 파트너십 선언에 합의할 수 있었다. 이후 양국 간의 본격적 문화 교류가 시작됐고, 일본에선 한류 붐이 불었다.

한-일 파트너십 선언의 두 주인공인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1999년 11월 필리핀에서 만나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일 파트너십 선언의 두 주인공인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1999년 11월 필리핀에서 만나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일 간의 ‘좋았던 옛 시절’은 2010년대 들어 급변했다. 북핵 문제의 심화, 중국의 부상, 아베 신조(1954~2022) 전 총리의 재집권으로 상징되는 일본의 우경화 등 ‘불길한 변화’가 이어졌다. 아베 전 총리는 역사·안보 양쪽 모두에서 전후 일본의 모습을 바꿨다. 2015년 8월 아베 담화를 통해 “아이들과 손자들에게 계속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선언했다. 안보 측면에선 2015년 4월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통해 미-일 동맹을 ‘글로벌 동맹’으로 격상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022년 12월 안보 3개 문서를 개정해 북·중에 대한 예방적 선제공격을 뜻하는 ‘적기지 공격 능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일본 평화헌법을 떠받치던 전수방위 원칙이 결정적으로 훼손된 것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2022년 5월 집권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6일, 일본 기업들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하는 ‘양보안’을 발표했다. 역사 문제의 ‘후퇴’였다. 그에 앞서 이뤄진 3·1절 경축사에선 “심각한 북핵 위협 등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3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역대 한국 정부가 70여년 동안 망설여왔던 3각 동맹으로 나아가는 첫발을 내딛기로 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일 미국이 18일 정상회담에서 한·일이 공격받을 경우 서로 협의를 의무화하는 ‘역사적 공동성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3개국 정상 간 핫라인 개설도 추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로 결론이 난다면 이 회담은 한국이 역사를 망각하고 한·미·일 3각 군사협력 쪽으로 결정적인 방향타를 튼 ‘변곡점’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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