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히로시마 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마친 뒤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가 오는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역사적 만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회담을 통해 3개국 정상회담을 매년 한번씩 여는 ‘정례화’가 합의되고, 안보협력 등의 합의 내용을 담은 두개의 문서가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가 현실화되면, 지난 식민지배에 대한 앙금으로 1965년 수교 이후 군사협력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던 한국이 일본과 처음으로 ‘준동맹’에 가까운 관계를 구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매뉴얼 대사는 3일 공개된 일본 지지통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18일 열리는 3개국 정상회담에 대해 “한·미·일 정상이 정상회담만을 위해 모인 적은 없었다. 역사적 회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 나라의 연대 강화는 미국 외교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외교적 도달점의 하나이며 지역에 있어 ‘전략적 전환’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정상들의 만남이 이뤄지는 미국 대통령의 전용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는 “대통령이 친구를 초대하는 곳”이라며 이번 회담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매뉴얼 대사는 구체적으로 이번 회담을 통해 “포괄적인 것과 일반적인 공동성명 등 2개의 문서가 발표될 것”이라며 “문서엔 국가안전보장과 경제안보에 대한 언급도 이뤄진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번 회담은 (한·미·일 3개국 정상회담이) 매년 1번씩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매뉴얼 대사가 언급한 ‘포괄적 성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는 아직 불명확하지만, 세 나라가 정상회담을 정례화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동아시아와 전세계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내외에 선포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정부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담당했던 한 인사는 “3국 협력의 ‘새 시대’(new era)를 시작한다는 선언과 함께 외교·국방·정보 등 안보 관련 분야 협력의 제도화를 추진하며, 한·미·일 안보에 영향을 주는 위협에 대해서는 공동대처한다는 집단안보 체제를 암시하는 문구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연설에서 한-일 관계는 이전과는 다른 ‘근본적 변화’(fundamental change)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일 이 현안에 대해 잘 아는 네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이 공격받을 경우 서로 협의를 의무화하는 ‘역사적 공동성명’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에 따라 이 정상회담이 끝난 뒤엔 박근혜 정부 이후 한동안 멈춰 있던 한-일 간 안보협력이 급속히 추진될 수 있다. 현재 양국은 군사·안보 분야에선 유일하게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만을 맺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 6월3일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올해 안에 실시간 공유하는 메커니즘을 가동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일본은 북핵 문제의 심화와 미-중 전략 경쟁의 본격화 등 동아시아를 둘러싼 지정학적 도전에 맞서기 위해 미국·오스트레일리아 등과는 서로 필요할 때 상대의 탄약·연료를 빌려 쓸 수 있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연합훈련을 위해 양국 군이 상대 영토를 쉽게 방문할 수 있게 하는 원활화협정(RAA) 등을 맺고 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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