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교외 지역의 한 소각로에서 나온 연기가 하늘을 뒤덮어 해가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다. 이브리쉬르센/AFP 연합뉴스
지구 환경이 인간 활동에 안전한지 평가하는 9개 항목 가운데 6개 항목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국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구 환경이 급속도로 망가지면서 이제 지구가 인간에게 안전을 제공하지 못할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경고다.
덴마크·독일·스웨덴 등의 연구자들은 13일(현지시각)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9가지 ‘지구 위험 한계선’ 가운데 6가지가 이미 위험 수준에 도달한 걸로 평가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구 위험 한계선 개념은 2009년 스웨덴·오스트레일리아 등의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지속가능한 발전과 인간 생존을 위해 지켜야 할 영역들을 제시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지구의 안전을 평가하기 위해 △기후 변화 △생물다양성 △산림 등 땅 △담수 △비료 사용 등으로 유발되는 생물지구화학 흐름 △미세플라스틱·핵 등 ‘신물질’ △바다의 산성도 △대기질 △오존층 등 9개 항목에 대해 평가했다. 이 가운데 바다의 산성도와 대기질, 오존층을 뺀 나머지 6가지는 위험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진단됐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요한 록스트룀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공동 소장은 “이들 9가지 항목은 지구의 운명을 결정하는 요소들”이라며 “우리는 이번 분석에서 지구가 회복력을 잃고 병을 앓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오늘날 우리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기후 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기후 변화를 진단하기 위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분석한 결과, 현재 상태는 417㏙으로 산업화 이전 단계(280㏙)는 물론이고 위험 한계선인 350㏙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극도의 위험 상태를 뜻하는 최대 허용 한계선은 450㏙이다.
생물다양성, 신물질, 생물지구화학 흐름도 아주 위험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물종의 유전적 다양성은 이미 최악 수준에 도달했다. ‘100만 생물종년’(MSY)당 생물 멸종이 10 이내일 때 위험 한계선 안에 들지만 현재는 100을 넘어섰다고 연구팀은 평가했다. 자연의 순생산 능력을 인간이 이용하거나 파괴·변화시키는 비율로 측정한 생물다양성의 기능적 상태 또한 위험 수준(10%)의 3배인 30%에 달했다.
저자들은 논문에서 미세플라스틱 등 합성 화학물과 핵폐기물·핵무기 같은 신물질들은 모두 적절한 안전성 검사를 거친 뒤에 환경으로 배출되어야 하지만 이런 기준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물질들이 지구 환경에 장기적으로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는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은 상태”라고 우려했다.
또 산업화 이전에 존재하던 숲의 60%만 현재 남아 있다며 지구 생태계의 안전을 위해서는 적어도 75%는 보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숲 보전 비율은 아메리카 열대 지역이 83.9%로 가장 높았고, 아프리카와 아시아 열대 지역은 각각 54.3%와 37.5%에 불과했다. 온대 지역의 경우 아메리카 대륙은 51.2%가 보존된 반면 유럽과 아시아 온대 지역은 각각 34.2%와 37.9%만 보전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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