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각)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상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외교 사령탑인 왕이 외교부장(장관)을 러시아로 급파하기로 하는 등 러시아와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다음달 중순에 베이징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과 이후 한·미·일과의 소통이 그동안 중립을 지켜온 중국이 태도를 정하는 중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4일 미국 뉴욕타임스 보도를 통해 북-러 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진 뒤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 논평을 피하고 거리를 둬왔다. 실제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며칠째 “북한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북한과 러시아가 마련한 것으로, 북-러 사이의 일”이라는 답변을 반복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평화 중재자’를 자처하며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비난해온 중국은 군사 협력을 중심에 둔 북·러의 밀착을 공개 지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 중-러(소련)는 지난 냉전 시절 북한에 누가 더 강한 영향력을 가졌는지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중국 입장에서 북·러의 접근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북-러 정상의 회담 당일인 13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이 18일 모스크바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장관은 최근 북-러 간 대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다음달 있을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무기 제공에는 거리를 두지만, 동해에서 잇따라 연합훈련을 여는 등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과도 23일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 오는 북한 대표단을 맞는 것을 계기로 당국 간 상당한 대화를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예정된 중-러 외교장관과 정상 회담에서 중국은 그동안처럼 북·러의 접근이 ‘남의 나라 일’이라는 식의 태도를 유지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정상회담 머리발언에서 “조-러 관계를 우리 대외 정책에서 제1순위로 하고, 제일 최중대시하고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자신을 빼놓은 채 북-러 간 거리가 좁혀지는 것을 방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시아 안보 전문가들은 북-러 간 무기 거래가 성사된다면 중국의 동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애초부터 중국이 북·러 접근의 ‘밖’이 아닌 ‘안’에 있었다는 해석이다.
나아가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취임 이후 미-중 전략 경쟁이 강화되고 있고, 한국의 윤석열 정부 등장 이후 한·미·일 협력이 급격히 강화되고 있다. 세 나라는 지난달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3국 협력의 수위를 크게 끌어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다. 한국은 그와 별도로 한·중·일 정상회의 추진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은 이들 만남에서 미국과 한·일에 한·미·일의 군사동맹화 등에 대한 자신들의 우려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북·러 접근에 중국이 태도를 정한다면 그 이후가 될 수 있다.
중국이 결국 북·중·러 3국 연대를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간다면, 세 나라의 연합훈련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동해 등에서 연합 군사훈련을 벌여왔으나, 북한이 참여한 적은 없었다. 다만, 이에 대해선 회의적 의견이 더 많다. 3국 군사훈련이 이뤄질 경우,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러시아와 나눠야 하고,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 악화를 각오해야 한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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