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바샤르 알-알사드(맨 앞 가운데 남성) 시리아 대통령이 중국 항저우 샤오산 공항에 도착해 걸어나오고 있다. 항저우/신화 연합뉴스
중국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시리아 학살자’라 불려온 바샤르 알아사드(58) 시리아 대통령을 초청한 것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 맞서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보도를 보면, 아사드 대통령은 전날 오후 항저우 샤오산 공항에 도착해 대기하던 중국 고위 관리들의 환영을 받았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지 않은 채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이 시리아 대통령과 만나 양국 관계 및 공동 관심사에 대해 심도있는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22~23일 아시안 게임이 열리는 항저우에 방문해 각국 정상을 만날 예정이어서 이때 만남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총리나 대통령 등 지도자급이 참석하는 국가는 한국·캄보디아·쿠웨이트·네팔·동티모르·말레이시아·시리아 등이다.
이 가운데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방중이 유독 이목을 끄는 것은 그가 자국민 수십 만명을 학살한 혐의로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부친 하페즈를 이어 집권한 아사드 대통령은 2011년 ‘아랍의 봄’ 사건 여파로 발발한 시리아 내전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의 제재 아래 놓여 있다. 내전 뒤 그가 방문한 국가는 러시아·이란·아랍에미리트.·오만·사우디아라비아 등 5개국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한 외교적 고립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사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나는 것은 이런 고립 상태에 상당한 숨통을 열어주는 것일 수 있다.
중국은 서방 국가와 달리 아사드 대통령에 대해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다. 시리아에 대한 유엔 제재에 종종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해에는 중국의 핵심 대외 정책인 일대일로 구상에 시리아를 가입시켰다.
러시아 매체인 스푸트니크 통신은 바삼 아부 압둘라 시리아 다마스쿠스대 교수를 인용해 “중국과 시리아는 미국의 패권주의에 반대하는 공통점이 있고, 경제 협력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며 “중국은 시리아와의 협력 강화에 주저했는데, 미국의 봉쇄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과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지키기 위해 과감한 조처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나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 등에 대해서도 미국과는 다른 태도를 취해왔다. 2021년 8월 집권 이후 아직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아프간 탈레반 정권과 수 차례 고위급 회담을 하고, 최근에는 새 대사를 보내기도 했다. 같은해 2월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에 대해서도 중국은 반대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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