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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홍수 위험 주거지 30년 새 122%↑…중·저소득 국가 쏠려

등록 2023-10-05 12:40수정 2023-10-05 12:48

중국·베트남 등 동아시아 지역 특히 취약
큰 홍수가 발생한 파키스탄 남부 신드주에서 주민들이 침수된 집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신드/AP 연합뉴스
큰 홍수가 발생한 파키스탄 남부 신드주에서 주민들이 침수된 집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신드/AP 연합뉴스

기후 변화로 홍수 발생 위험이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에서 홍수 위험이 아주 큰 지역 내 주거지가 지난 30년 사이에 약 122%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도시화가 가속화하면서 인류의 주거 환경이 날로 홍수에 취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은행과 독일 항공우주센터 등의 연구자들은 4일(현지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공개한 논문에서 1985년 이후 홍수 위험 지역 내 주거지 건설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연구팀은 매년 고해상도의 위성 사진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전 세계 주거지 변화를 추적했다. 홍수 위험 등급은, 홍수 피해 가능성이 없는 0등급부터 100년에 한번 수심 1.5m 이상의 홍수 발생 위험이 있는 4등급까지 모두 5개 등급으로 분류했다.

위성 사진 분석 결과, 1985년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의 인간 주거지는 85.4%(128만㎢) 늘었다. 홍수로부터 안전한 주거지는 79.7%, 홍수 위험 3등급과 4등급 주거지는 각각 112.1%, 121.6%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은 “홍수 위험이 큰 지역(3등급)과 아주 큰 지역(4등급)에 건설된 주거지는 전체 주거지의 11.3%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세계은행의 스테판 알레가트 선임 기후 자문관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과 일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생활하기 나쁜 땅에 발목이 잡히는 형국”이라며 이는 좋은 주거지를 구할 경제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985년 이후 새로 건설된 홍수 위험 4등급 주거지의 82%는 저소득·중소득 국가에 몰려 있었으며,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상황이 특히 나빴다. 논문은 “이 지역은 도시화 속도와 홍수 위험 주거지 증가 속도에서 다른 지역을 압도했다”고 지적했다. 이 지역에서 홍수 위험 0등급 주거지는 30년 사이 100% 늘어난 반면 홍수 위험 4등급 주거지는 160% 확대됐다. 중남미와 카리브해, 유럽, 중앙아시아도 안전한 주거지보다 홍수 위험이 아주 큰 주거지의 증가 속도가 더 높았다.

30년 사이 홍수 위험 4등급 주거지가 많이 늘어난 나라로는 아랍에미리트(412.7%), 남수단(333.9%), 베트남(289.5%), 중국(226.2%) 등이 꼽혔다. 지난달 10일 대홍수가 발생해 4천여명 이상 숨진 리비아는 홍수 위험 4등급 주거지가 82.7% 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30년 사이에 전체 주거지가 113.5% 늘어난 가운데 홍수 위험 3·4등급 주거지는 각각 119.1%, 118.5% 늘었다. 홍수 위험 0등급 주거지의 증가율은 114.3%였다. 논문은 충청·전라 등 한국 서부 지역에서 홍수 위험이 큰 주거지가 특히 많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전체 주거지 가운데 홍수 위험이 큰 곳의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들로는 네덜란드, 베트남, 라오스, 방글라데시, 피지가 꼽혔다. 북한은 홍수 위험 지역의 비중이 11번째로 높은 나라였고, 한국은 18번째였다.

기후학자인 클라우스 제이컵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 논문이 보여준 (국가별) 소득 수준에 따른 주거지 격차는 아주 중요할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통찰력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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