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생존자 가운데 한명인 레이첼 에드리(65)와 포옹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쿠키가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요? 쿠키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한 이스라엘 남성은 지난 9일(현지시각) 엑스(X·옛 트위터)에 “그는 정말 대단한 여성”이라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장대원들에게 인질로 붙잡혔다가 기지를 발휘해 20시간 만에 구출된 레이첼 에드리(65)를 언급했다.
그는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만난 이스라엘 생존자 가운데 한명이다. 가족과 함께 이 자리에 참석한 그는 바이든 대통령을 껴안았다.
7일 이른 아침 공습경보가 해제된 뒤 이스라엘 남부 오파킴에 사는 에드리 부부는 대피소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하마스의 무장 대원 5명이 그의 집 거실을 차지한 뒤였다. 에드리 부부는 공포에 떨었다. 로켓포, 수류탄, 소총으로 무장한 대원들은 두사람의 휴대전화를 부수고 집안을 뒤지며 위협했다. 에드리는 침착함을 잃지 않기 위해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그는 현지 경찰인 아들이 상황을 알아채고 너무 늦기 전에 구조팀을 데려오길 바랐다.
한 무장 대원이 총부리로 에드리의 얼굴을 가격했지만 그는 대원을 오히려 달랬다. 에드리는 흥분한 대원들에게 배가 고프냐고 물으며 커피와 모로코 쿠키 등을 대접했다. 다친 대원에게는 그의 건강을 염려하며 물과 통조림 파인애플을 건넸다.
그는 대원들에게 아랍어 노래를 불러줬고 그들은 히브리어 노래로 답가를 불러줬다. 그는 다친 대원의 손에 붕대까지 감아줬다.
에드리는 18일 워싱턴포스트에 “그들은 술을 마시고 식사를 한 뒤 훨씬 더 침착해졌다”며 “나는 그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그들이 테러리스트라는 사실을 잠시 잊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사이 아들과 구조팀이 집 앞에 도착했다. 한 무장대원이 집 밖으로 나왔다가 구조팀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구조팀은 지붕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가 나머지 대원 4명을 제압했다. 이 과정에서 대원들은 모두 사살됐다. 구조팀과 무장 대원들의 충돌로 집이 망가진 에드리 부부는 이스라엘 중심부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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