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커 튀르크 유엔(UN) 인권최고대표가 8일(현지시각) 이집트 라파흐 국경검문소 앞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볼커 튀르크 엑스(옛 트위터) 갈무리
볼커 튀르크 유엔(UN) 인권최고대표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안팎에서 전쟁을 벌이는 이스라엘과 무장정파 하마스 모두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은 8일(현지시각) 튀르크 대표가 이집트 라파흐 국경검문소 앞을 찾아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하마스)가 저지른 잔학 행위는 전쟁 범죄였다”며 “현재 진행 중인 인질 억류 역시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그는 보복 전쟁으로 가자지구에서 막대한 민간인 희생자를 낳고 있는 이스라엘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집단적으로 처벌하는 것도 전쟁 범죄이며, 가자지구 민간인을 남부로 강제 피난 보내는 것 역시 불법적인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날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내놓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서 적대행위 보고서’ 보면, 지난달 7일 전쟁 이후 양쪽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모두 1만2천여명, 부상자는 3만여명에 이른다. 사망자 수만 따지면,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서 각각 1400여명, 1만500여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라파흐 국경검문소는 외국 국적자 등 일부가 가자지구에서 빠져 나가는 출구이자 인도주의적 구호물품이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유일한 입구다. 이 곳에서 튀르크 대표는 “지난 한 달 동안 가자지구 주민 230만 명에게 이집트 국경선은 얇은 ‘생명선’ 구실을 했다”며 “이곳이 ‘악몽으로 들어가는 문’이 되기도 한다”고 짚었다. 그는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은 (이스라엘군의) 지속적인 포격으로 질식하거나 숨진 가족을 애도하면서, 동시에 물, 식량, 전기, 연료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회의에 참석해 “하마스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활용하는 것은 위법한 일이지만, 가자지구에서 숨진 민간인 규모는 이스라엘 군사 작전에 ‘분명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끔찍한 모습을 매일 보는 것이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국민을 구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인류’라는 의미 자체를 잃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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