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회계 컨설팅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임직원들의 국외 출장 시 비즈니스석 탑승을 제한하기로 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취지다.
9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국외 출장을 가는 임직원들의 비즈니스석 이용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기존에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고위급 직원들은 5시간 이상 비행하는 경우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새 지침은 파트너(경영에 참여하는 고위급 직원)와 이사, 출장에 동행하는 다른 직원들에게도 적용된다. 다만 장거리 야간 비행을 하거나 도착하자마자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경우와 같이 업무상 중대한 사유가 있다면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최근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뿐만 아니라 딜로이트, 언스트앤영(EY), 케이피엠지(KPMG) 등 세계적인 회계 컨설팅 기업 ‘빅4’가 비용을 아끼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출장을 줄이고 화상 회의를 늘리고 있다고 한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이 과정에서 비즈니스석 이용 제한 조처를 내린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앞서 지난 2020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오는 2030년까지 사업장에서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을 넷 제로(탄소 순 배출량 0)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내부 분석에서 국외 출장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에서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큰 탄소 배출원이라고 지목했다. 비즈니스석은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더 자주 비어 있기 때문에 이코노미석보다 탄소 배출량이 더 많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설명했다.
비영리기관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가 2020년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19년 민간 항공기에서 배출한 탄소의 19%는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을 포함한 프리미엄 좌석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항공 화물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보다 많았다.
좌석 등급별로 보면, 프리미엄 좌석에 앉은 승객은 이코노미석보다 1㎞당 2.6배∼4.3배 더 많은 탄소를 배출했다고 추산했다.
이번 방침은 시장 침체로 세계적인 회계 컨설팅 기업들이 비용 절감에 나선 데 따른 조처이기도 하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영국에서만 600개의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파트너들은 지난 6월까지 1년간 평균 연봉으로 90만6000파운드(약 15억원)를 받았다. 이는 지난해보다 11만9000파운드(약 1억9700만원)가 감소한 수준이다.
마리사 토마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경영 파트너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비즈니스석 탑승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탄소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비즈니스석 이용을 신중하게 고려해야만 넷 제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비즈니스석은 이코노미석보다 탄소 배출량이 50% 이상 많아 파트너와 임직원들에게 비즈니스석 이용이 필요한지 신중하게 검토해보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