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또 다시 폭락한 17일 뉴욕증권거래소 객장에서 일하던 한 주식 거래인이 힘겨운 듯 눈을 비비고 있다. 뉴욕/AP 연합
영국도 ‘금융한파’ HBOS 팔려…러 증시 사흘째 중단
월가에서 시작된 금융위기 불씨가 런던 금융가 ‘시티’와 모스크바를 태우면서 동진하고 있다.
미국·영국·일본·캐나다·스위스·유럽연합 등 세계 6개 중앙은행은 18일 월가발 금융위기의 전염을 막기 위해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 유동성을 향상시키는 데 공동 대응한다는 ‘비상대책’을 전격 발표하는 등 불끄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번 조처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다른 5개국 중앙은행으로부터 인출할 수 있는 교환예치 한도액이 1800억달러(약 201조원) 추가돼 2470억달러로 확대됐다. 5개국 중앙은행들은 연준과 100억~1100억달러를 교환예치할 수 있게 돼 국제 금융시장에 달러 공급 능력을 늘렸다. 지난 16일 미국 정부의 에이아이지(AIG) 구제금융 850억달러 공급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진정되지 않자 강도 높은 조처를 취한 것이다.
뉴욕 증시는 17일 450(4.06%)이나 폭락한 뒤 18일 회복세로 출발했다. 18일 아시아 증시는 한국 2.3%(코스피), 일본 2.22%(닛케이), 중국 1.72%(상하이종합) 등 하락세를 이어갔다. 러시아 증시는 폭락으로 사흘째 거래가 중지되면서 18일에는 개장조차 못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이미 영국과 러시아의 대형 금융기관을 무너뜨리며 실물 부문까지 강타하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발이 묶여 파산 위기에 몰렸던 영국 최대 주택담보대출 업체 에이치비오에스(HBOS)가 18일 로이즈 티에스비 은행에 120억파운드(약 218억달러)에 전격 인수됐다. <비비시>(BBC)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이번 합병 협상 과정에 직접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국내총생산(GDP)의 75.7%가 서비스업에서 나오고 이 중 금융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영국 경제에서 금융업계의 연쇄 파산은 재앙을 의미해, 주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뉴욕 타임스>는 파운드화 강세와 주택붐 속에 호황을 누려온 런던 헤지펀드들의 상당수가 이미 문을 닫았다고 보도했다.
‘브릭스’(BRICs)의 대표주자로 각광받던 러시아도 모라토리엄 선언 10년 만에 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빠졌다. 모스크바의 투자은행 케이아이티 파이낸스 은행은 최근 “단기 채무상환에 실패했다”고 시인한 뒤 인수자를 찾고 있다. 최대 부동산 개발사인 미랙스 그룹도 신규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금융 위기가 실물 경제로 전염되기 시작한 것이다.
러시아 당국은 16일에 이어 17, 18일에도 주식시장 거래를 중단시켰다. 17일 개장 한시간 만에 달러화 표시인 에르테에스(RTS) 지수가 6%, 루블화 표시 미섹스(Micex) 지수가 3.1% 급락한 뒤 18일에는 아예 문을 닫았다. 지난 4개월 만에 시가총액 7000억달러 이상이 사라졌다. 그루지야 전쟁과 서구와의 갈등, 유가 급락으로 시작된 러시아의 위기는 최근 월가의 금융위기로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분석했다. 시장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투자자들은 ‘위기의 끝이 도대체 어디인지’ 묻고 있지만, “미국 금융시장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으며, 끝이 보이지 않는다”(<월스트리트 저널>)는 냉혹한 진단이 나온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러시아 당국은 16일에 이어 17, 18일에도 주식시장 거래를 중단시켰다. 17일 개장 한시간 만에 달러화 표시인 에르테에스(RTS) 지수가 6%, 루블화 표시 미섹스(Micex) 지수가 3.1% 급락한 뒤 18일에는 아예 문을 닫았다. 지난 4개월 만에 시가총액 7000억달러 이상이 사라졌다. 그루지야 전쟁과 서구와의 갈등, 유가 급락으로 시작된 러시아의 위기는 최근 월가의 금융위기로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분석했다. 시장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투자자들은 ‘위기의 끝이 도대체 어디인지’ 묻고 있지만, “미국 금융시장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으며, 끝이 보이지 않는다”(<월스트리트 저널>)는 냉혹한 진단이 나온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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