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축구무대 뒤엔 ‘노예매매’ 그림자가…
아프리카 축구학교, 유럽 구단과 어린 선수 ‘거래’
가혹한 훈련 시키고 계약금의 60~90% 챙겨
가혹한 훈련 시키고 계약금의 60~90% 챙겨
아프리카 빈국 말리의 14살 소년 아마두 케이타의 소망은 유럽 프로축구 선수로 뛰는 것이다. 케이타는 말리 수도 바마코의 비좁은 오두막집에서 부모 등 다섯 식구와 함께 산다. 전기는커녕 화장실과 수도도 없다. “프로 선수가 되어 돈을 벌어서 가족을 도울 거예요. 부모님이 이 오두막에서 여생을 마치는 걸 원치 않아요.”
케이타는 운이 좋은 편이다. 꼭 1년전 한 유럽인이 발이 빠르고 공을 잘 다루는 소년들을 찾아 이 곳까지 왔을 때 1000대 1의 경쟁을 뚫고 뽑힌 5명에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부터 니제르강 인근의 잔디가 잘 가꿔진 현대식 축구학교에서 주중에 숙식을 제공받으며 축구 훈련을 받고 있다. 유럽으로 가는 첫 발을 내디딘 셈이다.
아프리카의 어린 소년들은 유럽의 명문 프로구단들에게 인기있는 ‘상품’이지만, 일각에선 ‘신종 노예매매’라는 비판까지 나온다고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 최신호가 전했다. 아프리카 청소년들이 흥미를 끄는 이유는 그들이 어리고, 능숙하게 공을 다루고, 몸이 다부진데다, 무엇보다 값이 싸기 때문이다. 대다수 아프리카 10대들에게 축구학교는 ‘꿈의 공장’이지만, 축구 사업가들에겐 최소비용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비즈니스일 뿐이다.
프랑스 국가대표팀 선수 출신인 장마르크 지유(64)는 1994년 코트디브와르에 첫 축구학교를 세운 뒤 2001년 벨기에의 한 축구클럽에 선수를 판매한 이래 지금까지 140명의 선수를 프랑스·스위스·영국 등 유럽 각국의 프로 구단에 공급했다. 계약금의 60~90%를 챙겼고, 그렇게 번 돈으로 축구학교를 더 늘렸다. 그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아프리카를 선택했다”며 “인간적 모험이자 경제적 모험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11~18살의 바마코 축구학교 소년들은 아침 6시30분에 일어나 저녁 9시30분에 취침하기까지 맨발로 축구 훈련을 받는다. 맨발 훈련이 “근육을 강화하고, 비용도 절감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나이와 정상발육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키와 몸무게를 수시로 측정한다. 운동 외에 프랑스어, 수학, 생물학 등 기초교육을 제공하기도 한다. 교육 환경이 열악한데다 그럴 기회조차 드문 아프리카 부모들에겐 이것도 상당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같은 사업에 대한 대한 아프리카 바깥의 시선은 싸늘하다. 지유는 “나는 어떤 법도 어기지 않으며, 양심이 깨끗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인신 매매꾼’이란 꼬리표도 따라붙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그가 “아프리카의 단물을 마르도록 빨아 먹는다”고 비난한다. 레나르트 요한손 유럽축구연맹(UEFA) 전 회장은 “아프리카 축구학교 사업은 어린이 유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고 단언했다.
유럽에 건너간 아프리카 출신 중에는 사무엘 에투(인터밀란), 마하마두 디아라(레알 마드리드) 등 명문 구단에서 뛰는 사례도 일부 있지만, 대다수는 거리로 나앉거나 범죄의 소굴로 전락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이탈리아로만 5000명의 아프리카 소년들이 축구스타의 꿈을 품고 흘러들어갔으나 지금 대다수가 종적을 감췄다는 보고도 있다.
아프리카 청소년들이 스포츠 노동을 착취당하면서 축구 사업가들에게 돈을 벌어주지만, 미래의 희망이 없는 그들에게 축구가 ‘모든 것’이나 다름 없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 더욱이 오는 12일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처음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리는 2010 월드컵의 열기는 아프리카 청소년들에게 유럽 축구에 대한 환상을 더욱 부채질할 게 분명하다.
케이타는 <슈피겔>에 “지유 아저씨가 나를 이용해 돈을 벌어도 괜찮아요. 그는 내 친구이고 제2의 아버지니까요”라고 말했다. 멀리 타이에 있는 축구학교에서 3년만에 비자 만료로 최근 고국의 바마코 축구학교로 되돌아온 15살 슬레이만 디오만데는 “상품으로 취급받는 느낌이 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래서요? 내가 나중에 돈을 벌 수 있도록 지유 아저씨가 날 도와주고 있는데요”라고 반문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케이타는 <슈피겔>에 “지유 아저씨가 나를 이용해 돈을 벌어도 괜찮아요. 그는 내 친구이고 제2의 아버지니까요”라고 말했다. 멀리 타이에 있는 축구학교에서 3년만에 비자 만료로 최근 고국의 바마코 축구학교로 되돌아온 15살 슬레이만 디오만데는 “상품으로 취급받는 느낌이 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래서요? 내가 나중에 돈을 벌 수 있도록 지유 아저씨가 날 도와주고 있는데요”라고 반문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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