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 핀란드가 냉전의 격전장 한가운데서 펼친 ‘중립 외교’는 ‘핀란드화’(Finlandization)라는 국제정치 용어와 ‘헬싱키 프로세스’라는 안보협력 체제를 탄생시켰다.
핀란드화는 1945~1991년 동-서 냉전 시기에 핀란드가 선택한 외교안보 노선을 일컫는 말로, 지정학적 약소국이 주변의 강대국들과 부딪치지 않고 중립을 지키면서 독립을 보장받는 대외 정책을 가리킨다. 1960년대 독일에서 처음 이 용어가 등장할 당시에는 핀란드의 모호한 태도에 대한 경멸적 뉘앙스를 담고 있었다.
핀란드인들은 이 용어를 상당히 불편해한다. 유하나 아우네슬루오마 헬싱키대 교수는 “‘핀란드화’는 분석적·학문적 개념이 아니라 서술적 용어로 ‘중립’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며 “핀란드가 펼친 외교 노선은 ‘핀란드화’가 아니라 ‘적응’ 또는 ‘유화정책’이라고 하는 게 적확하다”고 말했다.
헬싱키 프로세스는 냉전 시기 유럽의 동-서 두 진영 국가들이 합의한 다자간 안보협력 체제다. 각각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동-서 두 진영으로 나뉜 유럽 35개국은 1975년 7월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 모여 ‘유럽의 안전보장 및 상호협력에 관한 헬싱키 최종의정서’(헬싱키 협약)를 채택했다. 주권 존중, 무력 사용과 위협 중단, 영토 불가침, 인간 기본권 존중, 국가간 협력 등 10개 항목의 합의 이행은 1990년대 초 냉전 종식 때까지 지속됐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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