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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현장] 트럼프,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깜짝 출현

등록 2016-07-19 16:18수정 2016-07-19 21:02

‘1분6초’ 동안 부인 멜라니아 소개하고 퇴장…흥행 분위기 고조 역할
멜라니아 “트럼프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남편 띄우기 애써
‘트럼프 반란’ 20여분만에 진압…연사들 극우적 강경 발언 쏟아내
도널드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하기 위한 공화당 전당대회가 18일 나흘간의 일정으로 개막됐다. 사진은 이날 개막식 참석자들이 공식 사진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향해 기립한 모습. 클리블랜드/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하기 위한 공화당 전당대회가 18일 나흘간의 일정으로 개막됐다. 사진은 이날 개막식 참석자들이 공식 사진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향해 기립한 모습. 클리블랜드/AP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각) 밤 10시21분, 환하던 무대가 갑자기 푸른빛 어두운 색조로 바뀌었다. 경기장에는 전설적인 영국 록그룹 퀸의 대표곡 ‘위 아 더 챔피언’이 울려 퍼졌다. 마치 프로레슬러가 등장하는 것처럼, 은빛 실루엣의 커튼을 열어젖히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연단으로 천천히 걸어나왔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농구 경기장인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인 이날 트럼프는 ‘카메오’처럼 깜짝 등장했다. 나흘간 열리는 전대에서 대선 후보 지명자는 마지막날 나와 후보 수락 연설을 하며 대미를 장식한다는 관례를 깬 것이다. 전대 첫날 후보 지명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는 연설 직전 약간 냉소적인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살짝 왼쪽으로 젖히는 오랜 습관을 이날도 보여줬다. 잠시 뒤 그가 유세장에서 늘 하듯이 양쪽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자, 모여 있던 50개 주의 대의원과 상하원 연방의원 등 전당대회에 모인 공화당원들이 기립박수를 치거나 휘파람을 불고 환호성을 질렀다. 오후 일정 때만 해도 절반 이상 비어 있던 자리는 트럼프 등장 소식에 꽉 채워졌다. 트럼프가 공화당 전당대회를 완전히 ‘접수’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트럼프는 두 마디 정도만 연설을 했다. 그는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그것도 크게 승리할 것이다”라며 ‘차기 퍼스트레이디’가 될 아내 멜라니아 트럼프를 소개하겠다고 밝혔다. 멜라니아가 등장하자 그는 연단 가운데서 가볍게 포옹한 뒤 엄지손가락을 다시 한번 치켜들며 무대 뒤로 물러났다. 1분6초 동안의 깜짝 출현이었지만, 흥행 효과는 극대화됐다.

분위기가 최고조로 끌어올려진 상태에서 멜라니아는 남편이 미국 대통령으로 가장 적임자임을 강조하는 데 연설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진심으로, 트럼프가 아주 많이, 그리고 끊임없이, (이전 대통령과는) 다른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는 지금도, 그리고 늘 굉장한 지도자”라며 “이제 그가 여러분을 위해 일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멜라니아는 또 “도널드는 일부가 아닌 모든 사람을 대변하려 한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트럼프는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우한다”며 트럼프의 여성 비하 및 인종차별적 발언을 희석하기 위해 애썼다. 멜라니아는 연설 자막이 나오는 텔레프롬프터 쪽으로 몸을 가까이 숙이거나, 지나치게 딱딱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오른쪽은 수시로 발끝으로만 지탱하며 약간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체로 공화당 경선을 거치면서 이전보다 연설 실력이 상당히 늘었음을 보여줬다.

이날 전당대회 과정에서 트럼프를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추대하는 것에 대해 저항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싱겁게 ‘진압’됐다. 이날 오후 4시 조금 넘어, 스티브 워맥 하원의원이 ‘경선 당시 지지했던 후보에게 대의원들이 투표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기존 규칙을 확정하기 위해 연단에 섰다. 워맥 의원이 구두 투표로 규칙을 마무리하려 하자 ‘트럼프는 안 돼’ 운동을 펼쳤던 콜로라도, 유타, 버지니아 등 일부 주 대의원들이 정식으로 찬반투표(롤콜)를 하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전대에 참석했던 대의원 대다수가 “트럼프” “유에스에이”(USA) 등을 외치며 트럼프를 지지하자 ‘반란’은 20여분 만에 진화됐다. 반대파들의 세력 부족이 여실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트럼프의 공화당’은 고립주의와 인종차별, ‘네거티브 선거’로 치닫고 있었다. 이날 저녁 ‘프라임 타임’에 찬조 연설자로 나온 연사들은 모두 트럼프의 강경한 우파적 기조를 그대로 읊었다.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대회에서 트럼프 캠프의 외교안보 좌장 구실을 하고 있는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은 “매년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오는 사람이 35만명에 이른다. 또 50만명은 허용된 비자 기간을 넘어 불법체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엄청난 숫자에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의 유일한 해결책은 무법에 굴복하고, 그들에게 사면과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위스콘신주 밀워키 카운티의 경찰관인 데이비드 클라크는 흑백 인종간 차별반대 운동을 펼치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운동을 비난하며 “파란 생명도 소중하다”(blue lives matter)고 비꼬았다. 클라크의 발언은 특히 큰 박수를 받았다.

2012년 9월 리비아 무장집단이 벵가지 미국영사관을 공격해 숨진 미국인 4명 가운데 한 명의 어머니인 퍼트리샤 스미스는 이날 연설에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을 겨냥해 “내 아들의 죽음에 대해 클린턴을 비난한다”며 클린턴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클리블랜드/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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