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화나를 피웠다고 죽은 사람이 있나요? 마리화나는 (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보다 중독 위험이 크지 않아요.”
‘마리화나 정책 보호 재단’ 소속의 맨디 네프 입법 보좌관은 27일(현지시각) 열정적으로 마리화나 합법화를 홍보했다. 네트 보좌관은 “20년동안 한번도 대선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한 적이 없지만, 이번에는 개리 존슨 자유당 후보가 공개적으로 마리화나 합법화를 주장해 그를 공식 지지하기로 했다”며 “민주당도 이번에 정강정책에서 처음으로 마리화나의 의학적 사용을 용인했기 때문에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전대) 본행사는 25일부터 나흘동안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농구경기장 ‘웰스파고 센터’에서 열리고 있지만,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펜실베이니아 컨벤션센터’에서도 코커스(정당집회)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리고 있다.
27일 찾은 컨벤션센터 2층 행사장에는 언뜻봐도 50여개가 넘는 시민단체들이 길이 2m 정도의 책상에 홍보 책자를 올려놓고 지나가는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시민단체들이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이렇게 모아진 세력화된 힘을 바탕으로 정당과 연계하며 입법활동을 펼치는 미국 정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선 열린 공화당 전대에선 이런 시민단체들의 ‘축제’를 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민주당 풀뿌리 지지기반의 단단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시민단체는 미국 사회를 보는 ‘창’이다. 미국 사회가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쟁점들에 시민단체 활동도 집중돼 있다. 낙태와 총기규제 등의 단체들에 방문객들이 가장 북적거리는 상황도 이를 반영한다.
특히, ‘프로 라이프’(Pro Life·생명 옹호)를 내건 ‘미국의 생명을 옹호하는 민주당원들’(DFLA)이라는 시민단체는 정치적으로는 민주당 지지를 표방하면서도 ‘임신에서 사망까지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며 낙태에는 반대하고 있는 독특한 단체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낙태를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스에서 단체 활동을 홍보하고 있던 크리스틴 데이 소장은 “민주당원 3명 가운데 1명은 낙태를 반대하고 있다”며 민주당원임에도 낙태에 반대하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데이 소장은 “많은 회원들의 종교가 카톨릭인 것은 맞지만 특정 종교적 성향과 상관없이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낙태에 찬성하는 ‘플랜드 패런후드’나 낙태 여부를 여성의 선택에 맡기자는 ‘프로 초이스 아메리카’ 등 민주당이 낙태 찬성 입장과 동일한 단체들도 나와 홍보전을 펼쳤다.
지난 2012년 미국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으로 창립된 ‘행동을 요구하는 엄마들’은 합리적 총기 규제를 알리고 있었다. 자원조직팀장인 데브 마테슬로는 “미국 문화에선 사냥을 위해, 우리 집을 지키기 위해 총기를 지닐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모든 총기 거래는 신원조회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 관련 단체들도 예상보다 많이 홍보 부스를 차렸다. 미국과 캐나다 호텔에서 근무하는 27만명 노동자들이 가입한 호텔노동조합은 ‘페어 호텔’(Fair Hotel) 운동을 펼치고 있었다. 부스에 있던 캐시 카릴로는 “공정무역(페어 트레이드)처럼 노동자를 공정하게 대하는 호텔을 이용하자는 운동”이라고 소개했다. 노동자에게 악명 높은 호텔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이용 거부를 유도한다.
필라델피아,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등 5개 도시에 지부를 두고 활동하고 있는 ‘노동 411’(Labor 411)은 ‘윤리적 소비운동’을 펼치고 있다. 노동자들을 공정하고 인간답게 대하는 회사 제품을 더 적극적으로 구매하도록 소비자들을 독려하고, 이를 통해 좋은 기업의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취지라고 한다다. 이 단체의 홍보지 ‘노동 411’ 편집장인 체리 샌더스는 “미국 소비자들은 매년 7조5천억달러를 소비한다”며 “이 가운데 1%만 노동자를 위한 기업 제품에 지출해도 10만개 이상의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샌더스는 “우리가 노조와 연계해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활동비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며 웃었다.
이 밖에 사형제 폐지나 아프리카 기아 근절 등 다양한 시민운동을 펼치는 단체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전당대회가 열리는 오는 28일까지 방문객들의 회원가입과 기부를 부탁하며 ‘시민단체 축제’를 벌인다.
필라델피아/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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