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30일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의 데이비드 로런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선거운동 집회 도중 아빠의 품에 안겨 잠을 자고 있는 아기와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에 응하고 있다. 피츠버그/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29일 콜로라도 주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선거유세를 가진 뒤 사촌 사이인 두 아기을 안고 있다. 콜로라도스프링스/A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 출정식을 치르면서 오는 11월8일 백악관 고지를 향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미국 역사상 첫 여성대통령 후보와 기성정치권의 이미지를 동시에 안고있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가장 ‘마초적인’ 동시에 아웃사이더를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세기의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전당대회가 끝난 현재 전체적인 판세는 클린턴이 훨씬 유리한 편이다. 정치전문 매체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조사를 보면, 경합주로 분류되는 대부분의 주에서 클린턴이 앞서고 있다. 플로리다·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 등 3대 경합주에서도 펜실베이니아에서 클린턴이 4.4%포인트 앞서고, 오하이오에선 0.8% 우세, 플로리다에선 0.3% 열세 등 초박빙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대선은 한 주에서 한 석이라도 더 우세하면 해당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 전체를 얻는 형태로 진행된다. 클린턴과 트럼프의 전체 여론조사가 때로 박빙을 보이고 있지만, 트럼프가 인구가 적은 중남부 등에서 일방적 우세를 보이는 반면, 클린턴은 인구가 많은 동·서부 등에서 50%를 웃도는 지지로 주 전체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 현 제도 아래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는 셈이다.
클린턴은 여기에 ‘남벌 전략’을 더해 승리를 굳히겠다는 복안이다. 젊은층 유입이 늘고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팀 케인 부통령 후보를 앞세운 버지니아, 흑인과 히스패닉이 늘고 있는 조지아와 애리조나 등 공화당의 텃밭에까지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트럼프는 ‘북벌 전략’으로 맞선다. 민주당 세력이 강했던 미시건,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러스트 벨트’의 백인 중하층 유권자들을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경선 과정에서 이곳의 트럼프 지지층은 예상외로 강한 응집력을 보여줬다.
‘전당대회 효과’ 성적표는 아직 비교하기 이르지만 클린턴이 약간 더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민주당보다 1주일 먼저 전대(18~21일)를 치른 공화당의 트럼프는 대략 3~5%포인트 전대 효과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와 <허핑턴포스트> 집계를 보면, 트럼프의 지지율은 전당대회 전과 비교할 때 각각 5%포인트와 3%포인트 상승 효과가 있었다. 지난 수십년간 평균적인 전대 효과가 5%포인트였던 점에 비춰보면, 평균치를 넘지 못했다.
대체로 민주당의 조직력과 기획력이 공화당보다 앞섰고, 샌더스의 확고한 클린턴 지지 의사 표명,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초호화 연사들의 총출동으로 클린턴이 트럼프보다 전대 효과에선 앞설 것으로 미 언론들은 추정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첫 이틀을 반영한 <로이터> 통신과 입소스 여론조사를 보면, 클린턴은 41%의 지지를 얻어 35%를 기록한 트럼프를 6%포인트 차로 벌렸다.
하지만, 앞으로 수차례의 변곡점을 지나야 한다. 오는 9월26일 뉴욕 롱아일랜드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열리는 첫 대선 후보 토론회가 그 첫번째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지난 29일 트윗을 통해 세차례 텔레비전 토론 중 두 차례가 미국프로풋볼(NFL) 경기와 겹친다며 “(이런 일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리얼리티 쇼’의 대가인 그가 사회자 선정과 진행 형식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샅바싸움을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대선은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격차는 줄어든다. 또 기성정치권에 대한 분노의 강도가 역대 어느 선거때보다 높다. 클린턴은 수성을 하는 입장이고, 트럼프는 공세를 펼치는 쪽이다. 남은 100일은 후보들에게, 미국 유권자들에게, 그리고 전세계에도 초조와 긴장의 시간이 될 것이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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