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되는 트럼프 나체상 1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니온스퀘어 공원에서 공원 관리자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풍자하는 나체상을 치우자, 시민들이 몰려들어 사진을 찍고 있다. 트럼프에 반대하는 미 조각가 그룹 ‘인디클라인’은 뉴욕을 포함해 5개 도시에 이날 아침 트럼프 나체상을 선보였다. 뉴욕/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18일(현지시각) 유세 도중 과거 자신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 “후회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후보가 14개월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 자신의 ‘막말’에 대해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아직은 트럼프의 발언을 근본적인 전략 수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유세에서 준비된 원고를 읽으며 “토론이 열기를 띠거나 많은 이슈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때로는 올바른 단어를 사용하지 않거나 잘못된 발언을 할 때가 있지 않냐”며 “나도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믿든 안 믿든, 나는 그 발언들을 후회한다. 특히, 개인적으로 상처를 줬을 수도 있는 발언들에 대해 정말 후회한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여러분에게 약속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항상 진실을 얘기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모든 유색인종의 아이들을 ‘아메리칸드림’으로 완전히 껴안을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거나 “아프리칸-아메리칸(흑인)들이 나에게 기회를 주면, 놀랄 만한 결과가 생길 것”이라며 유색인종에 대한 본격적인 구애에 나서기도 했다.
트럼프의 이날 ‘후회’ 발언은 선거대책본부장 교체 등 캠프의 인적 쇄신을 단행한 뒤 처음으로 벌인 유세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경선 과정을 포함해 지난 7월말 무슬림 부부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지지율이 급락할 때도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는다”며 버텨왔다. 잇단 막말 파동으로 모든 경합주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확고한 지지층이었던 백인들마저 이탈 조짐이 확산되자 지지율 반전을 꾀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의 발언을 근본적인 전략이나 기조 수정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이날 구체적으로 사과의 대상이나 주체를 얘기하지 않아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클린턴 쪽에서 나왔다. 게다가 트럼프는 궁지에 몰릴 때마다 포용적이고 대통령 후보다운 모습을 보이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나는 변하지 않는다, 내 방식대로 한다”며 ‘도로 트럼프’로 돌아왔다. 트럼프가 이날 유세에서 “힐러리도 그동안 해온 거짓말들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한 점에 비춰보면, 향후 클린턴을 거짓말쟁이로 공격하기 위한 ‘밑돌 깔기’의 일환일 수도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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