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중심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 반대하는 시위대들이 깃발과 손팻말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UPI 연합뉴스
“(멕시코) 장벽을 쌓기엔 트럼프의 손은 너무 작다.” “트럼프를 지옥으로 추방시키자!”
12일(현지시각) 낮, ‘반트럼프’ 시위가 나흘째 이어진 로스앤젤레스 거리에 시민 2만여명(경찰 추산 8천여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날 시위를 조직한 멕시코계 이민자 인권단체 ‘유니온 델 바리오’ 회원들은 휴대용 드럼 소리에 맞춰 구호를 외치고, 멕시코 국기를 흔들며 시내로 행진했다. 멕시코계 이민자 2세인 알프레드 디아즈(25)는 이민자 규제, 멕시코 장벽 건설 등 트럼프의 이민정책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트럼프 정책의 대부분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스앤젤레스뿐만 아니라 뉴욕, 마이애미, 시카고 등 미국 주요 37개 도시에서는 오전부터 반트럼프 시위가 이어졌다. 뉴욕에서는 트럼프가 거주하는 맨해튼 트럼프 타워 주변으로 2천여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트럼프를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에 빗대 ‘아돌프 트럼프’라는 손팻말을 들고나온 데니즈 무스타파는 “트럼프가 선거에서 이겼지만, 그의 신념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만 로스앤젤레스에서 195명이 연행된 것을 비롯해 미국 전역에서 225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는 12일 새벽 남성 한명이 시위대를 향해 발사된 총에 다리를 맞아 부상을 입기도 했다. 날로 시위는 격화되고 있으며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당선된 뒤 환경·이민자·성소수자 시민단체에도 기부금이 쏟아지고 있다. 국제 환경운동단체 ‘시에라클럽’에는 대선 직후 월 후원자가 4천여명가량 늘었다. 트럼프의 이민자 추방 공약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미국시민자유연맹’에도 후원금이 몰려 대선 이후 약 28억원의 기금이 모였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하기 위한 시민단체의 움직임도 조직적으로 변하고 있다. ‘유니온 델 바리오’는 트럼프의 불법이민자 추방에 대비해 이들을 위한 법적 자문 등의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액션네트워크’는 유색인종을 위한 형사제도개혁과 선거권 확대를 위해 의회를 상대로 로비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 단체의 설립자인 앨 샤프턴 목사는 “이번 선거에서 졌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의 시민권과 자유를 위한 권리마저 잃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트럼프의 정책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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