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제 주미대사가 1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왼쪽 뒷모습)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조윤제 주미대사는 12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은 우리 승인 없이 아무 것도 안 한다”는 발언과 관련해 미국 쪽에 한국 내의 논란을 전했다고 밝혔다.
조 대사는 이날 워싱턴의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주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의원들의 질의에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를 완화한다고 하는데…’라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동의하지 않는 제재 완화는 없다는 뜻으로 말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백악관 관계자와 만나서 국내에서 논란이 있다는 얘기를 전했다”고 말했다. 조 대사는 “대사로서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평가는 자제한 채 “어제 오늘 여기(워싱턴)에서 특별한 논란이 야기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강경화 외교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5·24 조치를 해제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의에 “관계 부처와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가 “범정부 차원의 본격적 검토는 아니다”라며 답변을 수정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 해제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있다’고 묻자,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그걸 안 할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안 한다”고 답해 동맹국 무시 논란을 일으켰다.
조 대사는 또 국감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로 불만을 표시했다고 알려진 9·19 남북 군사합의서와 관련해서도 “미국 정부는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사는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남북 군사합의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어떻게 정리됐는냐’고 묻자 “최근 미국 측에서 검토 의견을 마치는 과정에 있는 걸로 안다. 대체로 긍정적인 검토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조 대사는 ‘그렇다면 군사합의서 내용이 아니라 (미국과) 공유·소통하는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이해하면 되느냐’는 원 의원의 추가질문에 “그렇게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군사합의서에 대해) 실무차원에서는 사전 협의가 많이 있었다. 국방부와 유엔사령부 간에는 사전 협의가 많이 있었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방위비 협상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 분담 문제가 직간접적으로 거론됐거나 앞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조 대사는 “방위비 협상에서 아직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 쪽에서 전혀 요구한 바가 없다. 앞으로 방위비 협상에서 사드 관련 비용이 논의될 여지는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사는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미국으로부터 한국이 너무 과속하고 있다. 대북제재를 강화해야 북한이 핵 포기 협상에 나올 것이라는 항의를 들은 적 없느냐’고 묻자 “미국 측이 그런 의견을 표명한 바는 있다”고 답했다. 조 대사는 그러나 국감 뒤에 이 발언과 관련해 ‘미국 측’이 미 정부가 아닌 ‘조야’를 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전쟁 종전선언관 관련해 조 대사는 “종전선언은 벌써 오래전부터 논의돼온 문제로, 한-미 간에 정상 차원에서부터 종전선언에 대해 계속 논의가 돼 왔다”며 “미국 측에서도 비핵화 과정의 제재 국면에서 종전선언을 하나의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종전선언이 정치적 선언으로서 법적 효과가 없다는 것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상당히 열린 입장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이 ‘미국이 북한의 핵 신고 없이 종전선언하는 걸 동의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조 대사는 “제가 (그럴 가능성이) 있다, 없다고 말씀드릴 입장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그런 것도 전부 다 고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 대사는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결과와 관련해 “(미 행정부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4시간 이상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여러 가지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 3차 방북에 비해 훨씬 희망적 기대를 갖고 왔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다만 조 대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에 관해 “장소에 대해선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시 (논의가) 있었으며 다 마무리가 되지는 않았다고 이해하고 있다”며 “북-미 실무협상에서 논의될 것으로 알고 있다. 정확한 시기와 날짜는 이쪽에서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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