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포트브래그 특수작전부대 기지에서 미군 제82공수부대가 중동지역을 담당하는 미 중부사령부로 향하는 민간항공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란이 미국에 대해 “결연한 보복”을 천명한 가운데 미군은 보복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사전 방어행동 차원에서 부대 이동을 전개하고 있다. 미 국방부 제공/AFP 연합뉴스
미군이 이란 군부 실세인 카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이라크 영토에서 암살한 뒤 이란과 미국이 서로에게 “잔혹한 응징”과 “강력한 타격”을 경고하면서 전쟁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의 경찰이 되지 않겠다”며 중동에서 발을 빼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정반대의 강수를 던져 중동 전쟁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각) 이란이 미국인을 공격하면 52곳에 대응 타격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트위터에 “이란이 미국인이나 미국 자산을 공격할 경우, 우리는 (수십년 전 이란이 인질로 잡은 52명의 미국인을 뜻하는) 이란의 52곳을 타깃으로 정해놨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 중 일부는 이란과 이란 문화에 매우 중요한 곳들”이라며 “그 타깃들과 이란 자체는 매우 신속하고 강하게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다른 트위트에서도 “그들이 공격한다면 그들이 당해본 어떤 것보다도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미국은 2조달러(약 2300조원)를 군사 장비에 썼다. 이란이 미국 기지나 미국인을 공격한다면 아름다운 최신 장비를 그들에게 주저 없이 보낼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82공수부대 내 신속대응병력 3500명을 이 지역으로 증파했다. 또 이라크 내 미국인들에게 소개령을 내렸다.
이는 이란이 솔레이마니 피살에 대해 미국에 강력한 보복을 예고한 데 대한 반응이다. 이라크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산하의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4일 레바논 <알마야딘> 방송을 통해 “이라크 군경 형제들은 5일 오후 5시(한국시각 밤 11시)부터 미군 기지에서 적어도 1000m 이상 떨어져야 한다”며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을 예고했다. 앞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 3일 솔레이마니 피살 뒤 성명을 내어 “범죄자들에게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했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미국의 극악무도한 범죄를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의 책임을 묻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법적 조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에 “이란이 수주 안에 미국에 보복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보고했다고 <시엔엔>(CNN)이 보도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솔레이마니 살해)은 그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온 또 하나의 끝없는 전쟁으로 우리 나라를 가까이 붙여놨다”고 비판했다. 미국 행정부가 이라크의 동의도 받지 않고 이라크 영토에서 솔레이마니 암살 작전을 펼친데다, ‘명백하고 임박한 위협’ 등이 실재했는지도 불확실해 정당성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제사회는 미-이란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프랑스, 독일, 영국, 중국, 러시아 등은 4일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국가들과 최고지도자 또는 외교수장 사이에 통화를 하고, 긴장이 더 고조돼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으고 대책을 협의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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