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최소 61명이 발생해 일본 요코하마항에 접안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7일 한 여성 승객이 “약 부족”이라고 쓴 일장기를 들고 있다. 요코하마/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국적 승객 20여명을 태우고 7일(현지시각) 미국 뉴저지 베이온에 입항 예정인 크루즈선 탑승객들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부 검사가 실시된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 승객이 대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린 것으로 확인되는 등 최근 중국과 베트남, 일본, 이탈리아 등을 운항하는 크루즈선에서 바이러스 확진자나 의심환자가 나오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크루즈 선사들에 선상 감염 확산 방지 비상등이 켜졌다.
<뉴욕 포스트>는 로얄캐리비안 크루즈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크루즈선을 타고 바하마를 거쳐 돌아오던 승객 중 일부가 폐질환을 보여 뉴저지항에 입항하는 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가 실시될 것이라고 6일 보도했다. <엔비시>(NBC) 방송은 해당 선박이 로얄캐리비안 소속 ‘앤섬 오브 더 시’호로,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없으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보건 당국자가 검진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는 검사가 끝날 때까지 승객들을 어디에 머물게 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크루즈선 승객을 통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규모 전염이 현실화하면서 ‘바다 위 특급호텔’로 불렸던 크루즈 선사들이 예방조처를 강화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50개 크루즈 선사가 가입한 세계크루즈선사협회(CLIA)가 크루즈 출발 전 14일 이내로 중국 본토를 여행한 승객 및 승무원들의 탑승을 금지하기로 한 것을 비롯해, 각 선사들도 개별적 조처에 나서고 있다.
로얄캐리비언과 셀러브리티 크루즈는 이날 최근 15일 이내에 중국 본토와 홍콩을 여행한 이들을 탑승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홍콩 여권을 소지한 승객들에 대해선 언제 이 지역에 있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특별 보건 검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노르웨지안 크루즈라인은 30일 이내 중국 본토를 방문했던 승객을 탑승시키지 않기로 하는 한편, 홍콩에서 승선하는 승객과 승무원에 대해 출항 전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38도가 넘으면 일절 승선을 금지하고 있다. 대형 크루즈 선사 엠에스시와 코스타는 지난달 31일 상하이 등 중국 항구에서 출항하는 크루즈선 운항을 당분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엠에스시는 아시아 기항 루트에서 상하이를 빼고 싱가포르, 호찌민을 대신 넣었다.
크루즈선에서 바이러스 확진자나 의심환자가 속출하는 까닭은 승객이 한정된 공간에서 오래 머물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번지기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크루즈선이 방문하는 항구에 머물 때마다 손님들이 뭍에 올라 관광하고 다시 승선하는 방식으로 며칠 사이에 여러 나라를 방문하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광범위하게 퍼뜨리는 ‘슈퍼 전염지’가 될 개연성도 있다. 크루즈선은 ‘떠다니는 페트리 접시’나 다름없다고 <시엔엔>(CNN) 방송은 전하기도 했다. 페트리 접시는 세균 배양에 쓰는 둥글넓적한 작은 접시를 말한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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