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6일(현지시각) 코로나19와 관련해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 애틀랜타/AP 연합뉴스
미국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급증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11월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위기를 만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자는 8일(현지시각) 현재 521명, 사망자는 21명으로 늘었다고 <시엔엔>(CNN) 등이 보도했다. 미국 전체 50개 주 가운데 33개 주에 걸쳐 확진자가 퍼졌으며,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플로리다주, 켄터키주, 메릴랜드주, 유타주, 오리건주 등 모두 8개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 언론은 이같은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낮춰 말하기 급급하고, 신속한 검사에도 미온적이며, 지나치게 당파적 시각으로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고 비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백악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당시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5명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며칠 뒤면 0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뒤 열흘 남짓 만에 500명을 돌파했다. 지나치게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하다 스스로 신뢰를 까먹고 있는 셈이다. 그는 지난 6일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20명 이상 나온 미국 크루즈선 ‘그랜드 프린세스’에 대해 “그들을 (배에) 머물게 하고 싶다. 배 한 척 때문에 (미국 내 감염자) 숫자를 두 배로 할 필요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숫자를 커 보이게 하고 싶지 않다고 노골적으로 말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정부의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전문가들이 “더 많은 (감염) 사례를 보게 될 것”이라고 국민들에게 대비를 권고하고 있다.
코로나19 검사 지연도 뭇매를 맞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하는 누구나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수요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8일 방송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진단 키트에 기술적 결함이 있었다면서 다음 주말까지 400만 건의 검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을 당파 대결처럼 대하는 점도 비판 대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구호인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가 새겨진 빨간 모자를 쓰고 질병통제예방센터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그는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워싱턴주의 제이 인슬리 주지사(민주당)를 “뱀”이라고 비난하고, “나는 <시엔엔>은 가짜뉴스라서 보질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트럼프는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대처로 심판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응 자체에 대한 평가 외에도, 이 사태가 길어져 미국 경제가 악화하는 것 또한 트럼프 대통령 재선에 악재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