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객장에서 한 트레이더가 울적한 모습을 한 채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쥐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 주식시장은 1987년 ‘블랙 먼데이’ 이래 최악의 폭락세를 보이며 곤두박질쳤다. 뉴욕/AP 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미국에서는 12일(현지시각) 하루에만 학교 폐쇄와 정치·문화·스포츠 관련 일정들 취소가 줄이으면서 ‘공포의 확산’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시엔엔>(CNN)은 “미국이 멈춰섰다”고 표현했다.
미 존스홉킨스대 시스템과학공학센터는 이날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를 1663명으로 집계했다. 하루 사이 350여명이 늘어난 숫자다, 미국 내 사망자는 41명이다. 이날 알래스카주, 메인주, 와이오밍주에서도 첫 감염자가 나와,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주는 미국 총 50개 가운데 47개주로 늘었다.
코로나19의 매서운 확산세 속에 주 정부와 카운티 등은 초중고교 문을 닫기로 했다. 수도인 워싱턴과 인접한 메릴랜드주와 오하이오주, 켄터키주는 주 전역에 걸쳐 휴교령을 내렸다. 이밖에 뉴욕주, 버지니아주, 조지아주 등 여러 곳에서 지역별로 휴교에 들어갔다. 하버드, 스탠퍼드, 프린스턴, 유씨버클리 등 유명 대학들도 이미 오프라인 강의를 중단하고 온라인 강의로 바꾼 상태다.
스포츠·문화 행사나 기관도 ‘셧다운’이 잇따랐다. 미국프로농구(NBA)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미국프로축구(MLS)는 시즌 중단을 선언했고, ‘무관중 농구 경기’를 고려하던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도 토너먼트 취소를 결정했다. 미국프로야구(MLB)도 오는 27일로 예정된 정규리그 개막을 최소 2주 이상 연기했다.
미국의 유명 테마파크인 디즈니월드(플로리다주)와 디즈니랜드(캘리포니아주)도 이번 주말 뒤 이달 말까지 폐장하기로 했다. 뮤지컬로 유명한 뉴욕 브로드웨이는 다음달 12일까지 모든 공연을 중단했다. 뉴욕과 워싱턴의 모든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국립동물원도 14일부터 문을 닫는다. 애플, 구글, 아마존 등 정보기술 대기업 등은 재택근무에 들어갔고, 미 연방정부 관련 기관들도 재택근무나 탄력근무를 준비하고 있다. 국방부는 미군에게 코로나19 감염 지역을 오가는 것을 금지했다. 워싱턴에 있는 백악관과 의회, 대법원은 일반인 투어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오리건주가 이날부터 4주 동안 주 전역에서 250명 이상 규모의 집회를 제한하는 등, 다수 인원이 모이는 행사를 금지하는 주들도 늘고 있다.
정치 행사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15일로 예정된 미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텔레비전 토론은 애초 애리조나주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을 고려해 <시엔엔> 워싱턴 스튜디오에서 방청객 없이 진행하는 걸로 변경됐다. 민주당 경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미 유세 일정들을 취소한 상태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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