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노바토에 있는 대형 판매장 코스트코 앞에 시민들이 입장을 기다리며 줄지어 서 있다. AFP 연합뉴스
휴교, 재택근무, 행사 취소, 생필품 사재기….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가 삶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이라고 다를 바 없다. 중국 우한을 다녀온 워싱턴주의 30대 남성이 지난 1월 하순 미국 내 첫 코로나19 확진자로 발견된 뒤, 한달 반 만에 미국의 확진자 수는 2800여명, 사망자는 50여명으로 늘었다. 가파른 상승 곡선은 미국인의 일상도 확 바꿔놓고 있다.
미국 교육전문매체 에듀케이션위크 집계를 보면, 14일 현재 미국 전체 50개 주 가운데 16개 주(워싱턴디시 포함)가 주 전역에 약 3주간 휴교령을 내렸다. 초중고교 5만7천여곳에 걸쳐 학생 2580만명이 해당된다. 미국 초중고교는 보통 4월 초 일주일간 봄방학에 들어가는데, 이번 휴교령으로 학교들이 최소 한달간 연속으로 문을 닫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사람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대부분의 놀이공원과 국립공원, 공연장, 경기장 등도 문을 닫아, ‘집 안에 발 묶인 방학’이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학교를 대체할 보육시설이나 돌보미를 구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휴교로 인해 점심을 제공받지 못하게 된 빈곤층을 위해 각 지역 교육청은 특정 시간과 장소를 지정해 끼니를 제공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직장도 늘고 있다.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는 직원 3천여명에게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앞으로 3주간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유엔본부는 최근 필리핀 외교관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워싱턴에 있는 국제통화기금(IMF)도 직원 한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본부 직원 2천여명에게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워싱턴 인근의 한 퓨전중식당 주인은 <한겨레>에 “평일 점심 손님이 10% 이상 줄었다. 재택근무의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퇴근을 하더라도 지하철이나 버스를 회피하고 자전거를 이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뉴욕의 자전거 공유 프로그램인 ‘시티 바이크’의 이용 건수는 3월1~11일 51만776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1만132건보다 66%(20만7636건) 늘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지난 1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휴교령을 내린 지역이 크게 늘어난 직후에는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급증했다. 한인들도 많이 몰려 사는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의 코스트코 등 대형 마트와 식료품점은 토요일인 14일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몰려와 물, 화장실 휴지, 통조림, 빵 등을 쓸어갔다. 매장에서 만난 한 미국인은 ‘왜 이렇게 휴지를 잔뜩 사느냐’는 질문에 “나도 모른다. 사람들이 사길래 나도 샀다”고 말했다. 식료품점들은 이미 지난달부터 물이나 쌀에 ‘번들 2개’, ‘2포대’ 등 수량 제한을 둬서 팔고 있다. 월마트 등 대형 마트들은 물품을 채워 넣고 방역할 시간을 벌기 위해 늦은 밤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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