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코로나19 태스크포스 회의를 마친 뒤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국내 여행 제한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내 코로나19 전파가 빨라지면서 국민 심리와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그동안의 느긋한 태도에서 공격적 대응으로 바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 국내 여행 제한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특정 지역으로부터의 여행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와 관련해 <시엔엔>(CNN)은 미 정부 안에서 코로나19 발병이 많은 워싱턴주 등의 지역으로 여행을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내 주요 도시들 사이에 비행기나 기차 통행을 중단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고 한다. 이 방송 집계를 보면, 이날까지 미국에는 전체 50개 주 가운데 49개 주에 걸쳐 코로나19 확진자가 2862명, 사망자는 59명이다. 이 중에서도 워싱턴주는 확진자 642명, 사망자 40명에 이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과 아일랜드를 오는 17일 0시(미 동부시각)부터 미국 입국금지 대상에 추가한다는 포고문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유럽 26개국에 대해 미국 입국 금지를 발표하면서 영국과 아일랜드는 제외했으나, 그 뒤 이들 두 나라에서도 코로나19 감염자가 증가하자 이런 결정을 내렸다. 그는 일요일인 15일을 미국의 코로나19 피해자와 정부 대응을 위한 ‘국가 기도의 날’로 지정하는 포고문도 내놨다.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해,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각 주에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재난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원격진료 등이 더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를 면제할 수 있는 권한을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부여했다. 미 하원도 코로나19 무료 검사와 노동자의 유급 병가 등을 보장하는 법안과 이를 뒷받침하는 83억달러 규모의 긴급 예산법안을 13~14일에 걸쳐 초당적으로 통과시켰다.
사태 초기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위험성에 대한 주장들을 “사기”라고 깎아내렸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사태가 악화하고 검사 지연 등 소극적 대응에 대한 비판과 증시 불안 등이 이어지자 공세적으로 태도를 바꿨다. 이번 사태는 11월 대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14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당분간 코로나19가 더 확산될 것을 예고했다.
한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 실시한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14일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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