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코로나19 태스크포스 구성원들과 함께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국무부가 19일(현지시각) 자국민들에게 “해외 여행을 하지 마라”고 경고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해외에 체류 중인 미국인들도 귀국할 것을 권했다.
국무부는 지난주 전세계 모든 국가들을 대상으로 여행권고를 3단계인 ‘여행 재고’로 올린 데 이어 이날 최고단계(4단계)인 ‘여행 금지’로 격상했다.
국무부는 누리집에 게시한 권고문에서 “전세계적인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미국 시민권자들에게 해외 여행을 피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미국 귀국편이 가용한 나라들에 머물고 있는 경우, 미국에 거주하는 미국인은 무기한 해외에 머물 준비가 돼 있지 않는 한 즉시 미국으로 돌아올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또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인들도 모든 해외 여행을 피해야 한다”고 권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 이란, 몽골과 한국의 대구, 이탈리아의 롬바르디아, 베네토 등 일부 지역에 대해서만 ‘여행 금지’를 적용해왔으나, 미국과 해외에서 사태가 급속도로 악화하자 이를 전세계로 확대했다. 미 존스홉킨스 시스템과학·공학센터 집계로 이날까지 전세계에 코로나19 확진자는 24만2700명을 넘겼고, 미국도 1만3600여명으로 1만명을 돌파했다.
국무부의 권고는 강제성은 없지만 미국인들이 해외로 드나드는 것을 한층 더 억제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하면서 지속적으로 국경을 걸어잠그고 있다. 2월 초부터 중국으로부터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 데 이어, 최근에는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28개국을 상대로 미국 입국을 막았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정규 비자 업무도 중단했다. 지난 18일에는 무역 및 필수 이동을 제외하고 미국-캐나다 국경을 봉쇄하기로 했다. 미국은 남쪽 국경을 접한 멕시코와의 국경도 캐나다와 비슷한 방식으로 차단할 예정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한국과 프랑스를 추월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21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약 두 달 만인 이날 1만명을 뛰어넘었다. 존스홉킨스대 집계를 보면 이날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중국(8만1천여명), 이탈리아(4만1천여명), 이란(1만8천여명), 스페인(1만7천여명), 독일(1만5천여명)에 이어 미국은 6위(1만3600여명)다. 이어 프랑스(1만여명), 한국(8500여명), 스위스(4천여명) 등의 순서다. 미국에서는 특히 뉴욕시를 끼고 있는 뉴욕주에서 확진자가 전날 약 3천명에서 이날 5200명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미국 내 최다 감염 지역이 됐다. 뉴욕주는 사망자도 최소 29명이다.
한편, 미 뉴욕증시에서 전날 2만 아래로 떨어졌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88.27포인트(0.95%) 상승한 2만87.19에 장을 마감해, 2만 선을 회복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1.29포인트(0.47%) 오른 2409.3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60.73포인트(2.30%) 오른 7150.58로 장을 마쳤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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