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5일(현지시각) 워싱턴의 국무부 청사에서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화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 공동성명에 코로나19를 ‘우한 바이러스’로 명기할 것을 주장해 성명 채택이 불발됐다고 독일 매체 <슈피겔>이 보도했다.
주요 7개국 외교장관 회의는 애초 올해 의장국인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25일(현지시각) 화상회의로 대체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공동성명에 코로나19를 최초 발견지인 중국 후베이성의 성도 우한을 적시해 ‘우한 바이러스’로 표현할 것을 주장했다. 미국은 이 표현을 넣은 성명 초안을 작성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은 그 용어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때에 불필요한 분열을 일으킬 뿐이라며 반대했다. 결국 공동성명 채택은 무산됐고 프랑스 등 일부 나라들은 각자 성명을 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코로나19가 우한에서 시작됐으며 중국 정부는 그 위험성에 대해 초기에 전세계에 경고할 특별한 책임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회의 뒤 국무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그 용어를 넣는 문제로 균열이 있었느냐’는 기자 질문에 부인하지 않은 채 “우리는 우한 바이러스와 관련된 건강 위기와 경제적 도전을 해결하는 데 매우 집중했다”고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중국 책임론을 부각해왔다. 그러나 이 표현이 인종차별과 폭력을 낳을 수 있다는 비판이 일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 표현을 삼가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24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것이 중국에서 왔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그러나 나는 더는 그것 때문에 큰 일을 벌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보다 하루 전인 23일에도 “미국과 전세계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를 완전히 보호해야한다는 게 중요하다”며 “(바이러스는)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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