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각)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코로나19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결국 미국이 ‘관건’이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망이 ‘패권국 미국의 국제적인 지도력 발휘’에 달렸다는 고차원적인 뜻이 아니다. 코로나19 최대 감염 국가가 된 미국이, 세계 최대 국력을 활용해 어떻게 코로나19에 대처하냐에 따라 지구촌 확산세도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는, 말 그대로 ‘미국이 제일 문제’인 상황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애초 4월12일에서 4월30일로 연장한 것은 그 시점이면 미국에서 ‘코로나19 제어’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4월 말도 너무 이르고, 정상적인 사회·경제활동으로 복귀는 일러야 6월이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진단한다. 이 역시 ‘중국 정도로 방역에 성공한다’는 조건을 단 낙관적 견해다.
이지키얼 이매뉴얼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뉴욕 타임스> 기고에서 중국의 사례를 들어, 전국적인 격리와 봉쇄는 8~10주가 필요하다며, 그 기간 중 방역이 성공하면 “우리는 6월에 경제를 안전하게 재가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에서 격리와 봉쇄가 시작된 지 4주 만에 코로나19 발생이 정점에 올라 그 뒤 4~6주 동안 감소했음을 근거로 한 추정이다.
이매뉴얼 교수는 8~10주간 격리와 봉쇄 조처를 전제로 △검사와 감염자 동선 추적 △이를 위한 보건 자원의 총동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국적인 차원에서 충분한 장비와 인력이 동원돼 증상이 없는 사람도 검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감염자들을 격리하고, 그들의 동선을 파악해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격리할 수 있어야 전국적인 격리도 해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에서 100만명이 감염될 가능성이 크나, 방역에 실패하면 6일마다 감염자가 두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5월 초 무렵 1억명이 감염돼 그중 1%인 10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또 대부분의 감염자가 70살 이상의 고령자이고, 격리가 안 되면 70살 이하에서도 40만명이 죽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방역 성패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격리와 봉쇄뿐 아니라 방역 자원을 최대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하지만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다 미국 내 관련 생산시설이 빈약하기 때문에 최대치의 효율적 방역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세계화에 따라 대부분의 의료장비나 물자의 생산지가 중국 등으로 넘어갔다. 글로벌 공조로 극복해야 할 대목이지만,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놓고 미-중이 갈등하는 등 공조는 여전히 뒷전이다.
29일(현지시각) 현재 확진자 수가 전날보다 1만8천여명 늘어난 13만9600여명, 사망자는 2436명에 이를 정도로 상황이 열악해지는 가운데, 예방의 기초인 마스크 쓰기는 미국인에게 여전히 낯선 관습이다. 마스크를 시중에서 구하기도 힘들고, 의료진에게 꼭 필요한 필수장비도 태부족이다. 지난 28일 한국전쟁 시기의 국방생산법을 다시 발효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엠(GM)에 호흡기 생산을 명령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질타한 것은 방역자원 동원의 난맥상을 보여준다.
그레천 위트머 미시간주 주지사는 미국 <시엔엔>(CNN)에 “간호사들이 일을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같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며 “마스크는 보통 환자 한명당 한개씩 사용돼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생산을 독려한 호흡기 등 필수 의료장비들은 디트로이트, 뉴욕, 뉴올리언스 등지에서 곧 동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전했다.
미국이 코로나19 사태에서 어떻게 국력에 어울리는 대처를 하고 위기에서 벗어날지, 전세계가 노심초사 주목하고 있다. ‘세계의 중심’ 미국을 드나드는 유동인구가 워낙 많을뿐더러, 미국 사회를 구성하는 세계 각국 출신 이민자와 소수민족이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해 본국으로 몸을 피할 경우, 다시 코로나19를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