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셸 블랑케 프랑스 교육부 장관이 3일(현지시각)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교육정책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파리/ AFP 연합뉴스
코로나19는 20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오던 프랑스 대학입학자격시험 ‘바칼로레아’마저도 뒤바꿔놨다. 프랑스가 올해 이례적으로 바칼로레아를 논술이 아닌 수행평가 등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장미셸 블랑케 프랑스 교육부 장관이 3일(현지시각) 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전통적인 시험(바칼로레아)을 교과활동과 숙제 등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는 6월 ‘(학생들의) 잃어버린 시간’을 보충할 수 있도록 수업시간도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3월초 전국 각급 학교와 대학에 휴교령을 내렸다. 약국과 식료품점 등을 제외한 상점과 음식점 영업을 금지하고 이동제한령도 발령했다. <프랑스24>는 “5월초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가는 것도 현재로서는 그저 ‘가설’일 뿐”이라는 블랑케 장관의 말을 전했다. 전례없는 장기 휴교 상황에서 바칼로레아를 치르는 것은 무리라는 교육 당국의 판단이다. 코로나19 탓에 어쩔 수 없다는 여론도 있지만, 바칼로레아를 열심히 준비해 온 학생들 사이에서는 불만도 크다. 고교 교사 쎈느 쎙 드니는 <르몽드>에 “정부에서 바칼로레아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 뒤부터 학생들이 공포에 사로잡혀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 ‘박(Bac)’이라고 부르는 바칼로레아는 매년 6월 일주일간 치러지는 고강도 시험이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제1 제정 때인 1808년 도입돼 200년 넘게 전통을 이어왔다. 크게 일반 박, 기술(컴퓨터) 박, 직업 박 등으로 나눠지는데 대부분 학생은 일반 박을 치른다. 일반 박은 다시 문학(L) 경제·사회(ES), 과학(S) 등으로 세분된다. 프랑스어, 외국어, 역사·지리, 수학, 철학은 공통필수 과목이다. 외국어는 필기와 회화시험, 수학은 주관식, 나머지는 논술이다. 만점 중 절반을 넘으면 통과하는 절대평가인데, 바칼로레아에 합격한 고교졸업생은 국립대에 진학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매년 가장 어려운 과목은 철학 논술이다. “의무를 인정함으로써 자유를 희생해야 하는가?” “시간을 피하는 것이 가능한가?” 등 철학 논술 주제는 전 사회적인 토론 주제가 되기도 한다고 <프랑스24>는 전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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