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이 코로나19로 인한 누적 사망자 수 2만명을 넘어서면서 전세계 최다 희생국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가 정점에 이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경제활동 재개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예고하는 등 ‘미국 다시 열기’에 군불을 때고 있다.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로 12일 오전 1시30분 현재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는 2만608명으로, 전세계 1위였던 이탈리아(1만9468명 사망)를 뛰어넘었다. 미국은 전날 하루 사망자가 2000명을 넘는 등 희생자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 사망자(10만8867명) 가운데 5분의 1을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의 최대 중심지인 뉴욕주에서는 하루 사이 783명의 사망자가 추가돼, 누적 사망자가 8627명에 이르렀다고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가 이날 브리핑에서 밝혔다. 뉴욕주의 확진자는 9946명이 새로 추가돼 총 18만458명으로 집계됐다. 쿠오모 주지사는 입원 환자수가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본다면서도 “게임은 아직 안 끝났다. 우리가 (야구) 6회에 있는 걸까? 하프타임에 있는 걸까? 아무도 모른다”고 경계심을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와이오밍주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 주를 연방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로써 미국 전체 50개 주가 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미 정부는 감염자·사망자 수는 나날이 늘고 있지만, 전체적 추세는 안정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데버라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조정관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면서도 “발병 곡선이 평평해지기 시작하는 것을 처음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규 확진자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사망자 예측치에 대해 “(기존 예측인) 10만명보다 훨씬 적은 숫자로 향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낙관적인 관측과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은 멈춰 선 미국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방안을 가시화하고 있다. 그는 경제를 비롯한 전반적 활동의 재개를 논의할 ‘국가 재개 태스크포스’를 오는 14일 띄우겠다고 밝혔다. 이 기구에는 의사, 기업인, 주지사 등 다양한 인사가 참여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활동 재개 시점에 대해 11일 밤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대통령 재임 기간 가장 큰 결정이 될 것”이라며 “많은 사실들은 물론 본능에 기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하고 싶어 하는 미국인들의 욕구와 2조2천억달러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미국 경제는 “로켓추진선처럼”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연방정부 차원의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인 이달 말이 지나고 5월 초부터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내비쳐왔다. 미국은 최근 3주 동안 실업수당 신청자가 약 1700만명에 이르는 등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끝 모르게 악화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서둘러 완화하면 환자가 폭증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대의 클레이 마시 건강과학 학과장은 “이건 4쿼터의 게임이다. 아시아가 하프타임을 지났고 유럽이 하프타임에 있다면 뉴욕시는 2쿼터 한복판에 있다”고 <더 힐>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사들이 ‘5월1일에 경제활동을 재개해선 안 된다’고 말하면 듣겠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논쟁에는 양 측면이 있는 것”이라며 “그래도 매우 유심히 듣겠다”고 답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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