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언론 브리핑에 참석해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미국인들을 지키겠다며 외국인들에게 영주권 발급을 60일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연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언론 브리핑에서, 전날 밤 트위터로 전격적으로 예고한 ‘잠정적 이민 중단’의 구체적 내용을 밝혔다. 그는 “이민을 중단함으로써, 우리는 미국이 다시 열릴 때 실직 미국인들이 구직 줄의 맨 앞에 서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0일이 지난 뒤 경제 상황을 봐서 연장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 조처를 담은 행정명령에는 22일 서명할 예정이다.
미국은 최근 4주 동안 약 2200만명이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등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실업을 겪고 있다. 트럼프는 이런 상황을 자신의 핵심 정책인 ‘반이민’과 접목해 이민 중단이라는 전례 없는 조처에 나섰다. 다만 이번 조처는 영주권을 희망하는 개인들에게만 적용되고, 기술자 등 미국에서 임시로 일하기 위한 이주노동자 프로그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농부들도 영향받지 않는다”며 다른 예외 조처들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시민권자가 자녀와 배우자를 미국으로 데려오는 것도 계속 허용된다. 미국은 2019년 약 100만건의 영주권을 발급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미국 시민권자의 가족이었다.
트럼프가 그나마 제한적인 이민 중단을 선택한 것은, 광범위하게 이민을 막을 경우 일손을 못 구해 미국 경제를 해친다는 재계의 반발을 고려한 조처다. 그럼에도 영주권자의 초청(친척)이나 취업 제안을 통해 영주권을 따려는 사람들은 이번 조처에 영향을 받는다. 미국 이민정책연구소는 약 66만명이 영향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미 미국이 전세계에서 대부분의 비자 발급 업무를 중단했고, 60일이라는 기간도 영주권 취득에 걸리는 전체 과정 속에서 겪을 수 있는 통상적인 지체와 비슷하다는 반론도 있다. 물론 트럼프가 이 조처 시행을 연장할 경우 이민단체나 재계의 반발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코로나19 위기를 반이민 공약에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기를 원한다. 그들이 (이민자들과) 경쟁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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