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캘리포니아 샌 클레멘테 공원의 모래가 뿌려진 스케이트보드장에서 바이크 연습을 하는 시민. 코노 에릭손 인스타그램
미국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를 놓고 행정 당국과 시민들이 갈등을 겪고 있다.
미 경제전문 매체 <인사이더>는 23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샌클레멘테시에서 공원 시설 폐쇄 문제를 두고 시 당국과 시민들이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는 이달 초 시내 공원에 있는 스케이트보드 연습장에 모래 37톤을 뿌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의 일환으로, 시민들이 보드 연습을 위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샌클레멘테시는 보드장뿐만 아니라 공원에 있는 축구장과 다른 여가 시설도 폐쇄했다.
일부 시민들이 이 조처에 반발했다. 코노 에릭손(25)은 친구들과 함께 작은 오토바이(더트바이크)를 타고 나와 모래가 뿌려진 보드장에서 바이크 연습을 했다. 모래가 가득 찬 보드장은 바퀴가 작은 스케이트보드는 탈 수 없지만, 바이크 연습을 하기엔 제격이었다. 에릭손은 다른 시민들이 보드장에 뿌려진 모래를 바구니에 담아 치우는 것을 돕기도 했다. 모래가 상당히 치워져 스케이트보드를 연습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그는 이런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미 캘리포니아 샌 클레멘테 시민들이 스케이트보드장에 뿌려진 모래를 치우고 있다. 코노 에릭손 인스타그램
반응은 나뉜다. 시설 폐쇄가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도움이 된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소수가 사용하는 여가 시설까지 폐쇄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있다. 에릭손은 <시엔엔>(CNN) 방송 인터뷰에서 “(당국은) 사람들이 한 번에 500명씩 모이는 월마트에 가는 것은 허용하면서, 고작 몇몇 아이들이 모여 노는 보드장은 폐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작은 실랑이가 정치적 일환으로 벌어지기도 한다. <버즈피드>는 22일 미 북서부 아이다호주에서 사라 월튼 브래디(40)가 최근 폐쇄된 놀이터를 떠나라는 명령을 거부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브래디는 단순히 아이들의 놀 권리를 지키자고 주장한 게 아니다. 그는 극우단체와 연결된 반백신 운동가로, 아이다호 주지사의 재택명령을 거부하는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인사이더>는 행정 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의 시행과 일반 시민들의 불만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데 곤욕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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