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코로나 검사 한국 추월” 홍보…‘트럼프 설움’ 폭발?

백악관, 누리집에 ‘바이러스 검사 한국 추월’
1000명당 검사 수 한국 11.8, 미국 17.6명
확진자 규모 100 대 1 미국-한국 비교 무색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와의 면담에서 데버라 벅스(오른쪽)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조정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백악관이 코로나19 검사 규모에서 미국이 한국을 앞질렀다고 홍보에 나섰다. 미 언론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지적할 때 단골 소재로 언급된 사안에 대해 ‘이제 우리가 한국보다 잘 한다’고 부각하는 것이다.

백악관은 28일(현지시각) 누리집에 ‘트럼프 대통령이 노력 확대 계획을 공개한 가운데 미국이 바이러스 검사에서 한국을 추월했다’는 제목의 <워싱턴 이그재미너>의 전날 기사를 올렸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와 민간 부문의 긴밀한 협력 덕분에 지금까지 미국에서 500만건 이상의 검사가 실시됐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기사에서 “미국은 지난주 한국을 추월했다”며 “미국은 1000명당 16.42건의 검사를, 한국은 1000명당 11.68건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검사에서 뒤쳐졌던 미국이 최근 검사를 확대해 한국을 넘어선 것은 사실이다. 한국 질병관리본부와 미국 ‘코로나바이러스 트래킹 프로젝트’ 누리집을 보면, 이날까지 코로나19 검사 수는 한국이 약 61만5000건, 미국이 약 580만건이다. 두 나라의 인구를 각각 약 5200만명, 3억3천만명으로 놓고 계산해보면, 1000명당 검사 수는 한국 11.8명, 미국 17.6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확진자 101만명, 사망자 5만8000여명으로 세계 최대 감염국인 미국과, 확진자 1만700여명에 사망자 240여명인 한국은 비교 자체가 무색한 단계를 한참 지났다.

그럼에도 백악관이 이토록 집착하는 것은 그동안 당해온 ‘설움’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검사 능력은 트럼프 대통령이 채근하는 경제활동 정상화에도 핵심 전제 조건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브리핑 때마다 기자들은 ‘왜 인구 대비 검사 수에서 한국만큼 못 하느냐’고 추궁해왔고,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 비교하지 마라’는 취지로 대답하다가 “서울 인구는 3800만명”이라는 엉뚱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매우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백악관에서 사실관계를 착각한 <야후뉴스> 기자가 “한국이 미국보다 인구 1인당 5배의 검사를 했다. 왜 그런 것인가”고 묻자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 기자냐”고 따졌다. 얼마 뒤 데버라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이 한국과 미국의 인구당 검사 수치를 제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야후, 사과할 거야? 그러니까 당신이 야후이고 아무도 당신이 대체 누군지 모르는 거야”라고 면박을 줬다. 이후 해당 기자는 백악관 기자단에 자신이 잘못 알았다고 알렸고,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에 다른 행사에서 “사과 고맙다. 매우 멋지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