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이 29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에볼라 치료제인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미국 기관의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104만명, 사망자가 6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날아든 희소식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문가들이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는 29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내어, 렘데시비르를 투약한 코로나19 입원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회복 기간이 31% 단축됐다고 밝혔다. 지난 2월부터 미국, 독일, 스페인, 영국 등 전세계 68개 지역에 걸쳐 1090여명의 환자에게 정맥주사를 놓는 방식으로 임상시험을 했는데, 이 약을 투여하지 않은 환자는 회복에 15일 걸린 반면 투여한 환자는 11일 걸렸다.
이 연구소의 책임자이자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구성원인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꽤 좋은 뉴스”라며 임상시험 과정과 결과를 자세하게 소개했다. 그는 “31% 향상은 뿅가는 100%처럼은 안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개념의 증거다. 왜냐면 약이 이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입증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석한 트럼프 대통령도 “분명히 긍정적인 일”이라고 반기고, 식품의약국(FDA)이 이 약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을 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게 안전하길 바라지만, 특히 효과가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매우 빨리 승인되는 걸 보고 싶다”고 말했다. 새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뉴욕증시도 올랐다.
이 약을 만드는 제약사인 길리어드사이언스는 5월 말까지 150만 도스(투여량)를 생산해 병원에 무상으로 기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자 대부분에게 5일씩 투약한다고 가정할 때 약 21만명 분량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하지만 이전 시험 결과들을 보면 렘데시비르는 신장기능 상실과 혈압 저하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낼 수 있으나, 이는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증상이기도 해서 약 때문인지 병 때문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지적했다. 또 이번 임상시험에서 사망률은 이 약을 쓴 환자(8%)와 쓰지 않은 환자(11%)가 큰 차이가 없었다. 파우치 소장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진 않지만 분석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전문가들이 약 18개월로 보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간을 8개월 단축하는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백신 개발을 서두르고 싶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3월에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이 임무를 부여했으며, 민간 제약회사와 정부 기관, 군이 참여한다. 내년 1월까지 3억명 분량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보건부는 “‘초고속 작전’은 트럼프 대통령의 담대한 지도력의 확장이자, 코로나19 위기 대응에서 평상시 같은 접근법에 대한 거부”라고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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