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시민들이 17일 모스크바 볼쇼이 다리를 건너고 있다. 뒤에 모스크바 구세주성당의 첨탑이 보인다. 모스크바 당국은 봉쇄 조치를 5월31일까지로 연장했다. 타스 연합뉴스
이탈리아·영국·프랑스·스페인 등 유럽연합 국가들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진정되는 가운데, 러시아와 브라질이 세계 2, 5위 확진국이 되는 등 사태가 악화하고 있다. 인도도 확진자가 12일 만에 두배로 느는 등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18일 월드오미터와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코로나19 통계를 보면, 러시아는 17일 기준 확진자 수 28만여명으로 미국(152만명)에 이어 세계 2위 코로나19 발생국이 됐다. 확진자 27만여명으로 3위인 스페인을 앞섰다. 러시아는 지난 4월부터 확진자가 늘기 시작해, 이달 들어 급증했다. 지난 2일부터 신규 확진자 1만명대를 유지하다, 16~17일 9천여명대로 소폭 줄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대변인을 비롯해, 대통령 제1부실장, 건설주택부 장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도 많이 걸렸다.
다만 러시아는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2600명으로, 발생자 수 대비 사망자 비율(치명률)이 0.9%에 그치고 있다. 영국·이탈리아·프랑스의 치명률이 10%를 넘는 것과 대조적이다. 러시아 당국의 통계 조작 의혹이 제기되지만, 러시아 정부는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보건·방역 시스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17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한 헬스 트레이너와 회원들이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인해 지붕 위에서 각각 운동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남미 최대국인 브라질은 지난달 말 확진자 수 8만여명에서 17일 기준 24만여명(5위)으로 급증했다. 러시아와 비슷하게, 이달 들어 하루 1만여명씩 늘어난 셈이다. 세계 6위(2억1천만명)인 브라질 인구를 고려하면, 브라질이 곧 러시아, 스페인, 영국을 제치고 세계 2위 확진국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사태가 심각하지만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코로나19를 두고 “가벼운 독감”이라고 표현하는 등 경각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브라질 보건부 장관 2명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갈등하다가 사임하기도 했다.
완치자와 사망자를 제외한 실질 감염자를 기준으로 하면, 러시아 21만명, 브라질 13만명으로 미국(109만명)에 이어 세계 2, 3위이다. 치료되는 이들보다 새로 감염되는 이들이 많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이었던 유럽연합 국가들은 실질 감염자 수가 각각 5만~9만명으로 떨어지는 등 진정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들은 학교를 열고, 국경을 열어 역내 관광을 허용하는 등 봉쇄 수준을 낮추고 있다.
중국, 브라질, 러시아와 함께 ‘브릭스’ 일원인 인도도 17일 신규 확진자가 5천명에 이르는 등 증가세가 가파르다. 인도는 확진자 수 9만6천명으로 지난 5일 4만6천명에서 2배 이상 늘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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