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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1992년·2014·2020년…달랐던 미 대통령의 말

등록 2020-06-03 19:19수정 2020-07-09 15:05

“손주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로드니 킹·에릭 가너 사건 두고
당시 부시·오바마 ‘부당함’ 공감

트럼프는 시위대 비난에만 초점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관련 시위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공격적이고 분열적인 언행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슷한 사건에 처했지만, 다른 태도를 보였던 과거 미국 대통령의 연설과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1992년 4월29일 ‘흑인 로드니 킹 구타 사건’을 저지른 경찰들이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시위가 발생해 점점 폭동으로 변해갔다. 조지 H.W. 부시 당시 대통령은 이틀 뒤 ‘로스앤젤레스 소요 사태에 대한 대국민 담화’라는 제목의 연설을 한다. 백악관 집무실에서 10분간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연방군 4500명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연설의 상당 부분은 로드니 킹 사건과 판결의 부당함을 표시하고 공동체를 위해 법과 원칙을 지켜달라고 호소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경찰들의 로드니 킹 구타가 부당했음을 인정했다. “이제 로드니 킹의 구타에 대해 얘기해 보자. 이것은 질서 회복 이전에 정의에 관한 문제이다. 내가 텔레비전에서 본 (구타) 장면은 혐오스러웠고, 화가 났다. 나는 생각했다. 이것을 어떻게 손주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는 무죄 판결에 대해서도 “배신감을 느꼈다. 아내 바바라도 그랬고, 제 아이들도 그랬다”며 “이번 판결이 끝이 아니다. 나는 평결 1시간도 안돼 법무부에 이 사건에 대한 독자적인 조사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위대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지난 밤 로스앤젤레스에서 일어난 일은 항의의 메시지가 아니다. 그것은 폭도들의 잔인함이었다”며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힘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오늘 밤, 저는 모든 미국인들에게 증오의 치유를 위한 기도를 부탁한다. 폭력은 끝날 것이고, 정의가 실현될 것이다”라고 말하며 연설을 마쳤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2014년 ‘에릭 가너 사건’에 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도 회자된다. 당시 뉴욕 거리에서 ‘가치 담배’를 팔던 에릭 가너를 목 졸라 숨지게 한 경찰이 법원에서 불기소 결정을 받자, 시위가 확산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그해 12월 워싱턴 디시(DC)에서 열린 아메리칸인디언 지도자 회의 폐막식에서 연설에 나선다.

그는 법원의 불기소 결정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 밝히면서 시위대를 설득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불행히도 우리는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때가 너무 많다”며 “이것은 미국의 문제이다. 이 나라의 누군가가 법에 의해 동등하게 대우 받지 않는다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관 등에 대해서도 “제복을 입은 이들은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우리가 직장에서 하는 것처럼 그들도 집으로 돌아갈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트럼프는 민주당 오바마는 물론 공화당 부시와도 달리, 사건의 원인에 대한 공감이나 위로 없이 폭력 시위를 비난하고 대응하는데 집중한다. 지난 1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에이4(A4) 두 장 분량의 발언을 했지만,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에 대해서는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겠다”는 정도의 언급 밖에 하지 않고, 나머지는 폭력 시위대를 비난하고 위협하는 데 집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법과 질서의 대통령이고, 평화로운 시위자들의 동맹”이라며 “미국은 파괴가 아닌 창조, 증오가 아닌 협력, 무정부상태가 아닌 안전 등이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의 임무고, 100퍼센트 성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주지사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시위대를 “인간쓰레기”라고 부르며 “당신들은 (시위대를) 지배해야 한다. 국가 방위군이 시위 지역에 대규모로 배치되지 않았다면 당신은 얼간이처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가 막 확산되던 29일에도 본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약탈이 시작되면 발포가 시작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올려, 경찰의 과잉진압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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