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아바나의 식당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음식을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가정 주치의를 바탕으로 한 쿠바의 코로나19 대응 전략이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아바나/EPA 연합뉴스
가정 주치의 제도를 통해 전국민의 건강 상태를 꾸준히 추적·관리하는 쿠바의 의료체계가 코로나19 대응에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7일 중남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과 대조적으로 쿠바에서는 지난 두달 동안 확진자가 계속 줄고 있다며, 쿠바의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이 이 지역에서 모범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7일 발표 자료를 보면, 이날까지 쿠바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173명이며 사망자는 83명이다. 사망자는 지난달 30일 이후 일주일째 나오지 않고 있다.
인구 대비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보면 쿠바는 주변국인 도미니카공화국의 24분의 1, 멕시코의 27분의 1, 브라질의 70분의 1에 불과하다. 사망자 수 또한 훨씬 적다. 쿠바의 인구 10만명당 누적 사망자 수는 7.33명인 반면 브라질은 164.78명, 멕시코는 104.79명, 도미니카공화국은 49.41명이다. 한국이 5.33명인 걸 고려하면, 쿠바의 코로나19 대처는 세계적으로도 훌륭한 편이다.
쿠바가 코로나19에 잘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튼튼한 의료체계 덕분이다. 세계은행 통계를 보면, 2018년 기준 쿠바의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8.4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쿠바는 많은 의료진을 바탕으로 가정 주치의 제도를 철저히 시행하고 있다. 1차 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지역 내 담당 가정을 꾸준히 관리하면서 질병 예방과 건강 관리를 책임지는 방식이다. 감염자 통제도 철저해, 확진자 전원을 국가 격리센터에 수용해 치료한다.
<가디언>은 가정 주치의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일 자신이 담당하는 가정을 방문해 상황을 점검한다고 전했다. 수도 아바나의 의사 리스 카바예로는 의대생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328가구를 방문한다. 그는 “의사가 각 가정을 직접 방문하는 건, 뎅기열 같은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도 해오던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아메리칸대학의 윌리엄 리오그랜드 교수는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감염자를 곧바로 파악하고 격리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쿠바의 보건체계는 이러한 전략을 수행하기에 매우 적합하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