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워싱턴에서 군대 철수…트럼프 꼬리 내린 까닭

등록 2020-06-08 19:27수정 2020-07-09 14:52

시위 초반 일부 폭력 이후엔 진정
주지사들 연방군 투입 요청 않고
군 수뇌부도 반대해 명분 사라져
미국 워싱턴디시 주 방위군 두명이 지난 3일 링컨 기념관 앞을 지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 워싱턴디시 인근에 집결해 있던 연방군에 이어 예비군 성격의 주 방위군도 철수시키기로 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디시 주 방위군 두명이 지난 3일 링컨 기념관 앞을 지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 워싱턴디시 인근에 집결해 있던 연방군에 이어 예비군 성격의 주 방위군도 철수시키기로 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모든 것이 통제되고 있다. 나는 방금 주 방위군에 대해 워싱턴디시(DC)에서 철수 절차를 시작하라고 명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군 철수 명령을 내렸다. 워싱턴디시 인근에 집결해 있던 연방군이 철수하기로 한 데 이어, 예비군 성격의 주 방위군마저 철수시키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된 이래, 지속적으로 “군 동원”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왜 1992년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대통령 당시 로스앤젤레스 폭동 사태 때처럼 군을 투입할 수 없었던 것일까?

■ 1992년 폭동 때와 다른 시위 양태

1992년 4월 로스앤젤레스 폭동은 그 1년 전 흑인 로드니 킹을 구타해 기소됐던 경찰관 4명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시작됐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항의 시위가 폭력·약탈 양상으로 발전했다. 수십명이 사망하고 경찰도 손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부시는 반란법(폭동진압법)을 근거로 연방군 4천여명을 투입했다. 최종적으로 50여명이 죽고 수천명이 다쳤다.

이번 플로이드 추모 시위는 다르다. 시위 초반 일부 폭력적인 양상이 나타나고 체포된 시민이 1만여명에 이르지만, 무차별적인 총격전이나 대규모 약탈 같은 명백한 폭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시위대 스스로 냉정을 되찾았다. 지난주 후반부터는 평화 시위로 전환됐다.

■ 주지사 요청 없는 연방군 투입 ‘전례’ 없어

미국에서 국내 사태에 연방군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반란법을 발동해야 한다. 주지사가 대통령에게 연방군 투입을 요청(반란법 251조)해야 하지만, 급박한 경우 주지사의 요청 없이도 발동(252조)할 수 있다. 하지만 주지사 요청 없이 발동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사망으로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폭동이 발생했을 때도 스피로 애그뉴 주지사의 요청으로 연방군이 투입됐다. 로스앤젤레스 폭동 때 역시, 피트 윌슨 주지사의 요청으로 연방군 투입이 이뤄졌다.

1992년 이후 어느 주지사도 대통령에게 연방군 투입을 요청한 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주지사들과 화상회의를 열어 시위대를 “쓰레기”라고 비난하며, 주지사들에게 주 방위군을 더욱 동원하라고 몰아붙인 데도 이런 이유가 깔려 있다. 하지만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등은 연방군 동원 요청을 아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군 수뇌부 ‘군 투입해도 민간 지원 역할’이라 생각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에게 군 1만명을 동원하라고 요구했으나, 두 사람이 이를 반대했다고 <시엔엔>(CNN)이 고위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군 수뇌부들은 시위대 내 폭력적 요소가 크지 않고, 민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자칫 군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미군 안보 전문 매체 <저스트 시큐리티> 보도를 보면, 미군은 반란법이 발동돼 민간 작전에 투입되더라도 군사 규정에 의해 민간의 법 집행을 지원하는 것으로 인식하지, 이를 대신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군이 민간 영역에 끼어드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이란-이스라엘 공격 주고받기, 체면 살리고 피해는 최소화 1.

이란-이스라엘 공격 주고받기, 체면 살리고 피해는 최소화

외신 “이스라엘이 미사일 공격”, 이란은 부인…피해 숨기기? 2.

외신 “이스라엘이 미사일 공격”, 이란은 부인…피해 숨기기?

“이스라엘, 이란에 미사일 공격”…‘핵시설 밀집’ 이스파한 공항 폭발음 3.

“이스라엘, 이란에 미사일 공격”…‘핵시설 밀집’ 이스파한 공항 폭발음

“주중대사, 갑질 신고자 불러 ‘끝까지 갈지 두고 보자’ 위협” 4.

“주중대사, 갑질 신고자 불러 ‘끝까지 갈지 두고 보자’ 위협”

미 국채 보유 2위 중국, 곧 3위 영국에 뒤질 듯…“계속 줄일 것” 5.

미 국채 보유 2위 중국, 곧 3위 영국에 뒤질 듯…“계속 줄일 것”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