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치료용으로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쓸 수 있도록 한 긴급 사용 허가를 철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예방용으로 옹호했던 약품에 대해 미 행정부가 ‘부적합’ 판단을 내린 것이다.
<에이피>(AP) 통신 등 보도를 보면, 15일(현지시각) 식품의약국은 임상시험에서 나온 새로운 증거들을 볼 때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과 유사 약품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를 낼 것으로 믿는 것은 더는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식품의약국은 지난 3월 코로나19 증상 환자에게 이 약을 긴급하게 쓸 수 있도록 허가했다.
식품의약국은 심장합병증 보고를 예로 들며,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치료 효과보다 더 큰 위험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약품이 심장 박동 문제와 저혈압, 근육과 신경계 훼손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처로 미국 연방 정부는 해당 약품을 주나 지방의 보건 당국에 더는 배포하지 않는다. 다만 일반 의료진들은 코로나19 환자에게 이 약품을 처방할 수 있다고 <에이피>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약에 대해 극찬한 뒤 이 약의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이 약에 대해 “신의 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고, 지난달에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이 약을 2주 동안 복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치료·예방 효과가 불분명하고 심지어 사망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는 환자 1만1천명을 관찰한 결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한 환자의 25.7%가 28일 뒤 사망했고, 이를 복용하지 않고 표준 치료를 받은 환자는 23.5%가 사망했다고 <비비시>가 보도했다. 미 보훈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거나 숨진 환자들의 의학 기록을 분석한 미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팀도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여한 환자군의 사망률이 그러지 않은 환자군의 2배가 넘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식품의약국 발표에 반박했다. 그는 “나는 약을 먹었고, 좋게 느꼈다. 그 약이 영향을 줬는지 모르겠지만, 내게 해를 주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프랑스, 스페인 등 다른 지역에서 “훌륭한 보고들”이 나왔다고 주장했지만, 프랑스는 지난달 말 코로나19 환자에게 이 약품의 처방을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호의적인 브라질도 이날 이 약을 확대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보건부 관계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식품의약국 결정 때문에 보건부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어린이와 임신부도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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