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왼쪽) 미국 부통령이 28일(현지시각) 텍사스주 댈러스의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에서 그레그 애벗(오른쪽) 텍사스주지사 등과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기자들에게 말한 뒤 일어서면서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댈러스/AP 연합뉴스
전세계 코로나19 재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2차 폭풍 공포가 커지면서 마스크 착용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공개 행사에 ‘노 마스크’ 차림으로 참석했다가 비판받았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28일 국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코로나19가 급증하고 있는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 등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감염된 지역에서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한다. 우리는 그게 확산을 늦출 것이라는 걸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공개석상에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고 있다. 그가 마스크 착용이 신체적으로 약해 보이거나 경제정상화 기조와 충돌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마스크 착용 문제가 정치화되면서 트럼프 지지자와 반대자를 가르는 하나의 기준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마스크를 둘러싼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없애고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를 써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의 라마 알렉산더 의원은 <시엔엔>(CNN) 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이 가끔 마스크를 착용한다면 ‘트럼프 지지자는 마스크를 안 쓰고, 반대자는 마스크를 쓴다’는 정치적 논쟁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진정한 남자들은 마스크를 쓴다”며 “국가에 모범이 되어 마스크를 써라. 그건 당신 보호에 관한 게 아니라 타인 보호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날 약 4만명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되는 등 사흘째 4만명 이상의 환자가 나오고 있다. 존스홉킨스대 집계로 이날 미국의 확진자는 254만8000여명, 사망자는 12만5000여명이다. 경제활동 정상화를 서둘렀던 플로리다주, 텍사스주, 애리조나주 등에서 각각 하루 3000~5000여명씩 신규 환자가 나오고 있다. 이들 주는 술집 영업을 금지하는 등 경제활동 정상화 조처를 이전 단계로 돌리거나 보류하고 있다.
알렉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시엔엔> 인터뷰에서 “두 달 전과 상황이 매우 다르다”며 “우리가 행동을 취해서 이것(코로나19)을 통제하기 위한 창문이 닫히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같은 재확산은 음식점 내 식사 허용 등 경제활동 정상화와 맞물려 벌어지고 있다. 미시간주에서는 최근 한 음식점에 다녀온 사람 85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미 정부 고위 인사들은 최근의 확산세는 경제활동 정상화와 직접 관련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방어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시비에스>(CBS) 방송 인터뷰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몇 달 전보다 늘어난 검사의 결합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우리 경제가 단계적으로 재가동되고 사람들이 모이는 과정에서, 젊은 미국인들이 연방 차원의 지침을 무시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젊은이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