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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트럼프, 독립기념일 연설서 “급진좌파 물리치는 중”

등록 2020-07-05 14:15수정 2020-07-06 02:43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 비난하며 지지층 결집 나서
“역사 말살하려 해…‘미국 영웅 국립 정원’ 조성”
바이든은 “조직적 인종차별 제거할 기회” 대조 이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백악관 잔디밭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백악관 잔디밭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일부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자들을 “급진 좌파”라고 비난하며 분열적 메시지를 쏟아냈다. 11월3일 대선을 4개월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갈수록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가운데, 독립기념일 행사를 지지층 결집에 활용한 모습이다.

트럼프는 244번째 미 독립기념일인 이날 백악관 잔디밭에서 한 연설에서 “우리는 지금 급진 좌파, 막시스트, 무정부주의자, 선동가, 약탈자, 그리고 많은 경우에 자신들이 뭘 하는지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물리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영웅들은 나치를 물리쳤고 파시스트를 권좌에서 내쫓았으며, 공산주의자를 실각시켰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5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짓눌려 숨진 뒤 인종차별·경찰폭력 항의 시위가 확산되면서 벌어진 노예제 옹호자 인물상 파괴를 맹비난한 것이다. 트럼프는 전날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 4명의 두상이 조각되어 있는 러시모어산에서 열린 불꽃놀이 행사에서도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에 대해 “역사를 말살하려는 무자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그들에게 미국의 모든 가치, 역사, 문화를 빼앗기기 않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전날에 이어 백악관 연설에서 “성난 폭도가 우리의 조각상들을 쓰러뜨리고 역사를 지우는 걸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영웅 국립 정원’ 건설 계획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들”의 실물 크기 상을 세운 국립 정원을 2026년 독립기념일(7월4일)까지 조성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전날 서명했다. 인물상 파괴에 맞서 일종의 ‘역사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트럼프는 건국의 아버지로 꼽히는 조지 워싱턴과 토머스 제퍼슨을 비롯해, 복음주의 기독교의 대표 인물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 2차 세계대전 때의 장군 더글러스 맥아더, 흑인인권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 공화당 출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등을 언급했다. 하지만 미국 원주민 착취의 길을 열었다는 비판을 받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와 주니페로 세라 등도 행정명령에 거명돼 있어, 선정 과정에 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에게는 이 정원 건립 계획이 보수 백인 중심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하나의 전선이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우리는 미국을 맨앞(first)에 둔다”거나 “내년은 가장 위대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은근히 재선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반면, 바이든은 독립기념일을 맞아 내놓은 영상 메시지에서 인종차별 근절을 강조하며 트럼프와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그는 “우리나라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됐다는 이념을 토대로 세워졌다”며 “우리는 미국의 조직적인 인종차별의 뿌리를 제거할 기회가 있다. 이 나라 건국의 기초가 된 말들에 부응할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를 입에 직접 올리지는 않았지만, 트럼프의 전날 러시모어산 연설을 반박하면서 자신을 인종차별을 끝낼 지도자로 대비시킨 것이다.

미국은 최근 며칠간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5만명을 넘으며 급증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트럼프는 보건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이틀 연속 대규모 독립기념일 축하 행사를 강행했다. 미국 각지에서 대부분의 행사들이 취소됐지만, 전날 러시모어산 불꽃놀이에 이어 이날 워싱턴에서는 전투기 에어쇼와 불꽃놀이가 성대하게 펼쳐졌다. 트럼프는 백악관 연설에서 코로나19를 중국 탓으로 돌리면서, 미국의 환자 숫자가 급증하는 것은 검사를 많이 하기 때문이고, 치료제나 백신도 연말보다 훨씬 일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모어산(약 7500명)과 백악관(약 500명)에서 열린 트럼프 연설에 참석한 이들은 보건당국의 권유와 달리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하지 않았다고 <워싱턴 포스트>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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