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동안 코로나19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왔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7일(현지시각) 확진 사실을 알린 기자회견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 브라질 언론 협회가 고발에 나설 예정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날(6일) 시행한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는 내리는 비와 같아서 누구나 걸릴 수 있다”며 “내가 이전에 말한 것처럼 코로나19 때문에 공포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나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정상이며 몸 상태가 매우 좋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걸리고도 여전히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5일부터 기침·고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여, 이튿날 브라질리아에 있는 군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대통령실 의료진은 부작용 논란이 일었던 말라리아약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처방했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를 복용했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부터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안전성을 우려해왔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약이 효과가 있다며 실제 복용하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4월 남미 지역에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뒤에도 이를 ‘가벼운 독감’이라고 표현하며 언론이 공포감을 과장하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했다. 보건 당국의 권고를 듣지 않은 채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리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악수하고 포옹도 나눴다.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무시하면서 경제를 앞세운 행보를 보여온 것이다.
한편 브라질 언론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마스크를 벗었다며 연방대법원에 그를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협회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행동이 “취재진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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