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 와이드너 도서관 전경. 하버드대 누리집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가을 학기에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듣는 외국인 유학생의 미국 체류를 금지하겠다는 새 이민규정을 철회했다. 이로써 한국인 유학생 5만여명을 포함한 약 100만명의 전세계 재미 유학생들이 추방 불안감을 덜게 됐다.
매사추세츠주 앨리슨 버로스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14일(현지시각)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새 이민규정 시행을 막아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미 정부와 두 대학이 이렇게 합의했다고 밝혔다. 버로스 판사는 미 정부와 대학들의 합의는 미 전역에 걸쳐 적용되며, 어디에서도 새 이민규정은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6일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비이민자 F-1, M-1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들이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들을 경우 미국에 머무를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지침을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속에도 조속한 경제활동 정상화를 원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온라인 강의로 전환한 대학들을 상대로 대면 수업 재개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 지침은 수많은 유학생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실제 유학생들 추방시 대학들에도 막대한 재정적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등의 반발을 불렀다.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는 이민세관단속국의 발표 이틀 뒤인 지난 8일 이 지침을 중단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고, 14일 열린 첫 심리에서 ‘철회 합의’가 발표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새 지침 발표 뒤 여드레 만에 물러선 것이다.
이 지침에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 외에도 스탠퍼드대 등 200여개 미 대학들이 법원에 하버드·매사추세츠공대를 지지하는 의견서를 냈다. 매사추세츠주 등 17개 주정부 법무장관들도 지난 13일 이 지침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4일에는 구글·페이스북·트위터 등 대규모 정보기술(IT)기업들이 “미국의 미래 경쟁력은 재능있는 국제 학생들을 끌어들이고 붙잡아두는 데 달렸다”며 대학들을 지원사격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14일(한국시각) 한국 유학생이 최근 미국 입국이 거부된 사례와 관련해 “미국 쪽에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조처로 재미 유학생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지난해 기준 미 국제교육연구소(IIE) 집계로, 미국의 고등교육기관(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109만5299명이며, 이 가운데 한국인은 4.8%인 5만2250명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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