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로농구(NBA)가 흑인 제이컵 플레이크가 경찰의 총격을 받은 사건에 대한 항의 여파로 26일 밤 예정됐던 밀워키 벅스 등의 3개 경기를 취소한 뒤, 플로리다주 레이크 부에나 비스타에 있는 경기장이 텅 비어있다. 레이크 부에나 비스타/AP 연합뉴스
26일(현지시각) 밤 열릴 예정이던 미국프로농구(NBA·엔비에이) 플레이오프 경기가 모두 취소됐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도 한 경기가 취소됐다.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가 세 아들 앞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은 사건에 대한 항의 여파다.
엔비에이는 이날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릴 예정이던 밀워키 벅스-올랜도 매직, 휴스턴 로킷츠-오클라호마시티 선더스, 엘에이 레이커스-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 등 3개 경기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밀워키 벅스가 블레이크 피격 사건에 항의하는 뜻으로 경기를 보이콧하면서 촉발됐다. 밀워키는 블레이크가 총을 맞은 위스콘신주의 최대 도시다. 밀워키의 선수인 조지 힐은 블레이크 사건이 발생한 이튿날인 지난 24일 “솔직히 우리는 이 망할 장소(경기장)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 여기에 오는 것은 중요한 이슈가 뭔지에 대한 초점을 앗아가버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밀워키 벅스가 이날 경기 거부를 결정하자, 엔비에이는 휴스턴 로킷츠 등의 나머지 두 경기도 연기한다고 밝혔다. 엔비에이는 이날 연기된 경기를 포함해 올랜도에서 예정됐던 다른 경기들의 일정 재조정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무릎에 짓눌려 숨졌을 때도 엔비에이 선수들은 경기를 시작할 때 한동안 정지 상태를 유지하는 등 인종차별과 경찰 폭력에 항의를 표시했다. 그러나 경기 보이콧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엔비에이 뿐 아니라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는 다른 종목의 스포츠계로도 번지고 있다. 이날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도 밀워키 브루어스가 블레이크 사건에 항의하며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를 거부했다. 미 여자프로농구(WNBA)의 워싱턴 미스틱스 선수들은 이날 애틀랜타 드림과의 경기를 위해 블레이크의 이름을 새긴 티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앞서 미프로풋볼리그(NFL)의 디트로이트 라이언스 선수단은 전날 훈련을 취소하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블레이크는 지난 23일 오후 커노샤에서 경찰의 제지를 받던 중 자신의 차량 문을 열고 운전석으로 들어가다가 경찰로부터 여러 발의 총격을 받았다. 당시 그의 3살, 5살, 8살 아들이 차 안에서 피격 장면을 목격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줬다. 블레이크는 총알이 척수를 관통하는 등 하반신 마비 상태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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