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 남성 대니얼 프루드가 지난 3월 경찰이 씌운 두건 때문에 질식사한 것이 뒤늦게 드러났다. 3일(현지시각) 미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시민들이 촛불과 꽃으로 그의 죽음을 추모했다. 로체스터/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뉴욕주에서 경찰이 흑인 남성을 체포하면서 복면을 씌웠다가 질식사시킨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다시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3월23일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경찰이 대니얼 프루드(41)라는 남성을 체포하면서 얼굴에 복면을 씌우는 동영상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흑인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사건이 공개된 2일 로체스터에서 100여명이 가두시위를 벌이다가 9명이 체포됐고, 이틀째인 3일도 항의 집회가 이어졌다. 뉴욕시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에서도 프루드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집결할 예정이라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경찰이 사건 당일 오전 3시께 프루드가 향정신성의약품의 일종인 펜시클리딘에 취한 채 밖에서 뛰어다닌다는 신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프루드는 자신이 코로나19에 걸렸다고 외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경찰에 체포되자 땅에 침을 뱉기 시작했고, 경찰은 그의 머리에 두건을 씌웠다. 프루드가 “두건을 치워라, 날 죽이려는 거냐”라고 항의하는 모습도 동영상에 담겨있다. 프루드가 움직이지 않자 누군가 “심폐소생술을 시작해”라고 외쳤고, 몇분 뒤 프루드를 구급차에 싣는 장면도 찍혔다.
뉴욕주 먼로카운티의 검시관은 프루드 사망을 ‘신체적 억압 상황에서 발생한 무산소증 합병증’이 사인인 살인사건으로 규정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진압 과정을 담은 경찰의 동영상은 프루드의 가족이 정보공개 요구 끝에 확보했다. 라론 싱글터리 로체스터 경찰국장은 사건 영상이 너무 늦게 공개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은폐하려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뉴욕주 검찰은 지난 4월부터 조사에 착수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러블리 워런 로체스터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 사건이 “충격적”이라며 “가족에게 공감하며 나도 매우 화가 난다”고 말했다. 워런 시장은 프루드 체포에 관여했던 경찰 7명을 3일 정직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이어지고 있는 흑인 인권탄압 항의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플로이드 사망 이후 흑인 차별에 대한 비판이 전세계적으로 번졌지만, 여전히 전국에서 경찰 폭력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는 어린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제이컵 블레이크에게 경찰이 총을 잇따라 발사한 사건까지 발생한 바 있다. 로스앤젤레스와 워싱턴DC에서도 최근 흑인 남성이 잇따라 경찰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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