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이 ‘코로나19 백신’이라고 적힌 약병을 들고 있는 이미지 사진. 로이터 자료사진
냉전 시대 소련과 미국 사이의 우주개발 경쟁을 둘러싼 ‘스파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코로나19 백신 스파이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백신 개발에 참여하는 미국 등 서방의 대학에서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루된 해커 주의령이 발동됐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7월 중국의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와 연루된 해커 둘을 미국 생명공학 회사들의 백신 정보를 탈취하려 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중국 해커들이 최근 몇주 동안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감염병학과 컴퓨터 네트워크에 침입하려고 했다고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이 학교에 경고했다. 중국 쪽이 미국 대학 컴퓨터를 해킹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백신 개발을 직접적으로 수행하는 제약회사보다 보안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중국 해커들의 목표물이다. 각국의 백신 개발 정보가 취합되는 이 기구에 침투해서 한발 빠르게 정보를 얻으려는 것이다.
러시아도 대외정보국(SVR)을 내세워, 미국 등 서방의 백신 정보 획득과 역정보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외정보국과 관련된 해커 집단인 ‘코지 베어’가 최근 백신 정보를 탈취하려다 적발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코지 베어는 2016년 미국 대선 때 민주당 전국위원회 컴퓨터 서버에 침입한 해커 집단 중 하나다. 영국·미국·캐나다 정보기관들은 지난 7월 옥스퍼드대학과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개발 공동연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려는 러시아 쪽의 시도를 적발해 발표한 바 있다.
미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이란 역시 백신 정보를 훔치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보기관들도 러시아·중국·이란의 백신 정보 스파이 활동을 막으면서, 이들 국가의 연구 정보를 탈취 수집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국토안보부의 브리언 웨어 사이버인프라보안청의 부청장은 “진열장을 깨고 물건을 탈취하는 식으로 적들이 행동하면, 정보뿐 아니라 피해자의 개발체계가 와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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