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1일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코로나19의 ‘핫 스폿’이 됐다. 확진 판정을 받고 군 병원에 입원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퇴원한 5일(현지시각),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이날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그는 호프 힉스 백악관 보좌관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지난 1일부터 매일 검사를 받아 음성을 받아왔으며, 이날 오전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현재 증상이 없으며, 자가격리하면서 업무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매커내니 대변인과 함께 일하는 채드 길마틴과 캐롤라인 레빗 등 대변인실 직원 2명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 매커내니는 최근까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기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뉴욕 타임스> 소속 등 백악관 출입기자 3명이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백악관 인사로 국한해도, 최근 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이는 7명에 이른다. 지난 1일 힉스 보좌관을 시작으로 그날 밤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행원인 닉 루나 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 한 뒤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 외에 백악관 직원 2명이 3주 전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미 백악관은 지난달 26일 로즈가든에서 연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지명 행사로 코로나19의 ‘슈퍼 전파자’로 지목되고 있다. 로즈가든 행사 참석자들 가운데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이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전 선임고문,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톰 틸리스 상원의원, 마이크 리 상원의원, 존 젱킨스 노터데임대 총장 등 7명이다. 이날 행사에는 약 150명이 참석했다. 그런데도 백악관은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추적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 언론이 전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월터 리드 군 병원을 퇴원해 코로나19의 온상으로 들어간 셈이다. 대통령 주치의인 손 콘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감염자가 많이 나온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명확한 답을 피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모든 것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권고를 하기 위해 감염병 전문가들과 협력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오는 15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텔레비전 토론을 그대로 하는 게 안전한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전문가들이 적절하다고 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에 귀를 기울여라. 과학자들이 그게 안전하다고 한다면 그건 괜찮은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우리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대처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조언을 무시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화한 것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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