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올랜드 샌퍼드 공항에서 유세를 하면서 마스크를 청중들에게 던지고 있다. 플로리다/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경합주들을 집중 공략하는 폭풍 유세전을 재개했다. 군 병원에 입원했다가 5일 퇴원한 뒤 일주일 만이다. 11월3일 대선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여론조사에서 뒤처지는 상황을 뒤집으려는 총력전이 시작됐다.
트럼프는 이날 열흘 만의 첫 워싱턴 밖 행선지로 대표적 경합주인 플로리다주를 택했다. 13일 펜실베이니아, 14일 아이오와, 15일 노스캐롤라이나에 이어 16일 다시 플로리다로 이어지는 숨가쁜 일정의 출발점이다.
트럼프는 플로리다주 올랜도 샌퍼드공항에 모인 수천명의 지지자들 앞에서 건재를 과시하듯 한 시간 동안 격정적 연설을 쏟아냈다. 트럼프는 “나는 그것(코로나19)을 겪었고, 힘이 넘친다고 느낀다”며 “(여기 모인) 청중들에게 걸어들어가서 남성들, 아름다운 여성들, 모두에게 키스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들(의료진)은 내가 면역력이 생겼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가 플로리다로 향하기 직전에 백악관 주치의인 숀 콘리는 트럼프가 최근 며칠간 연속으로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타인을 감염시킬 위험도 없다고 밝혔다. 4년 전 대선 때 플로리다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꺾은 트럼프는 바이든을 비난하면서 “우리는 4년 전보다 훨씬 큰 승리를 할 것이다. 22일 뒤 이 주에서 이길 것이고, 백악관에서의 추가 4년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중은 “우리는 당신을 사랑한다”, “4년 더”를 외치며 호응했다. 서로 빼곡하게 붙어있는 지지자 중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 론 드잔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 참석 고위 인사들도 ‘노 마스크’ 차림이었다. 보건 전문가들은 이같은 행사가 코로나19 ‘슈퍼 스프레더’(강력한 전파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지만 트럼프도 참석자들도 개의치 않았다. 이날 유세에 참석한 57살 여성 메리 허시는 지역 매체 <올랜도 센티널>에 “의사들이 그(트럼프)를 풀어줘서 좋다고 생각한다”며 “코로나19에 8~10일 동안 걸렸던 사람들을 많이 아는데, 그들은 다시 나와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로리다는 이번에도 대선 당락을 결정지을 핵심 경합주다. 2000년 대선 때 플로리다에서 불과 수백 표 차이 때문에 재검표 사태까지 겪다가 대법원의 결정으로 조지 W. 부시가 앨 고어를 이기고 대통령이 됐다. 플로리다는 2008년과 2012년에 민주당(버락 오바마) 손을 들어줬다가 2016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승리를 안겼다. 플로리다의 대선 선거인단은 29명으로, 캘리포니아(55명), 텍사스(29명)에 이어 뉴욕(29명)과 함께 세 번째 규모다. 4년 전 트럼프와 클린턴이 전체 선거인단 306명 대 232명으로 승패가 갈린 것을 고려할 때, 이번에 플로리다에서의 승자가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수(270명)를 얻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집계로, 최근 한 달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평균 3.5%포인트 앞서고 있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플로리다 방문을 “무모한 행동과 분열적 수사, 공포 유포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성명을 내어 “트럼프는 1만5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19를 통제할 계획도 없고, 전국민의료보험(오바마 케어)에 대한 공격 속에 플로리다 주민들의 건강을 보호할 계획도 없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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