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자료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기구가 10일(현지시각) 미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신청한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권고했다. 영국 등에 이어 미국에서도 다음주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로 이뤄진 식품의약국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는 이날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 안건을 심의해 찬성 17명, 반대 4명, 기권 1명의 표결로 긴급사용 승인을 권고했다. ‘과학적 증거를 종합해볼 때 이 백신이 16살 이상의 사람들에게 사용시 이득이 위험성을 능가하느냐’는 항목에 투표한 결과다.
식품의약국이 자문위원회의 권고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는 12일 이를 수용해 백신 긴급사용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장은 성명을 내어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강조하는 동시에 “매우 위급한 때에, 식품의약국 직원들은 검토 과정을 최대한 빨리 진행할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승인될 경우 미국은 영국, 바레인,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전세계에서 5번째 코로나19 백신 사용 승인 국가가 된다.
다만 식품의약국이 승인하더라도, 백신을 실제 접종하려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위원회의 표결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거쳐야 한다.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이 투표가 오는 13일 진행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미 정부의 백신 개발 프로젝트인 ‘초고속 작전’ 팀을 비롯한 당국은 식품의약국이 긴급사용 승인을 하면 24시간 이내에 백신 수송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따라서 다음주에는 미국 전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미 당국은 보건의료 종사자와 요양원 등 장기보호시설 입원자와 직원들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하겠다고 밝혀왔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이날 전국 5000여개 매장 내 약국에 백신 유통을 위한 냉동고를 비치했다고 밝히는 등 각 단위에서 백신 접종 태세에 들어갔다.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9일 “앞으로 몇 주 안에 2000만명에 백신을 접종할 것이고, 내년 1월, 2월, 3월에 걸쳐 백신이 생산라인에서 나오는 대로 계속해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2분기(6월말)까지는 원하는 미국인 모두가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 또한 내년 1월20일 취임하면 100일 안에 1억명의 미국인이 백신을 접종받도록 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4월 말까지 미국 인구 약 3억3000만명의 3분의 1이 백신을 맞도록 한다는 얘기다. 바이든 당선자는 10일 식품의약국 자문위원회의 결정 뒤 성명을 내어 “이 백신을 개발한 과학자와 연구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백신 생산과 배포를 늘리기 위해 숙달된 팀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을 각각 1억 회분씩 공급받기로 계약한 상태다. 식품의약국 자문위원회는 오는 17일 모더나가 신청한 백신 긴급사용 승인 신청 안건도 심의할 예정이다.
코로나19 감염·사망자 세계 최다인 미국은 백신 접종 초읽기에 들어감으로써 상황 악화를 막을 중대한 계기를 마련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9일 하루에만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3000명을 넘는 등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은 백신 접종이 시작되도 당분간 이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앞으로 60~90일 동안 9·11 테러 때나 진주만 피습 때보다 더 많은 일일 사망자(3000명 이상)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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