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이 주사기에 담기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이 고령층에 효과가 거의 없다는 논란이 이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이 회사 백신을 젊은 층에게만 접종하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한국 정부와 올 1분기부터 코로나19백신 1천만명분을 공급하기로 지난해 말 계약했다.
26일(현지시각) <가디언> 등 보도를 보면, 에머 쿡 유럽의약품청(EMA) 청장은 이날 유럽의회 보건위원회에 출석해 특정 연령층에게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도록 승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속단하지 않으려 한다”며 “특정 연령층에만 사용을 승인하자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고 보다 넓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자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쿡 청장은 65살 이상 고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과에 대해 현재까지 소수를 대상으로만 연구가 수행됐다며 “연구가 이뤄진 인구에 대해 연구자료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물론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인구에 대해 (백신 접종 때) 예상되는 점도 알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현재 이 회사 백신의 승인 여부를 검토 중이며, 29일께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일부 독일 언론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고령층에게 효과가 없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독일 <빌트> 등은 25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 회사 백신이 65살 이상 고령층에 대한 예방 효과가 8%에 그친다고 보도했다. 예방효과 8%는 사실상 백신으로서 역할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자사 백신의 예방효과가 70%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독일 보건부는 이 보도를 부인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성명을 내어 “고령층은 백신 접종에 따른 강력한 면역 반응을 보였다”며 “2차 접종 이후에는 고령층 항체 생성이 100%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도 독일 <디벨트>와 인터뷰에서 “거짓 주장의 출처가 어디인지 전혀 모르겠다”며 예방효과가 8%인데 각국 보건당국이 사용승인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 백신은 영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인도 등에서 사용승인을 받았다.
독일 보건부는 “기사에 두 가지 사실이 섞인 것 같다”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연구에 참여한 지원자 중 56~69살 비율이 8%였다. 70살 이상은 3~4%였다”며 “이것이 이 백신이 고령자 중 8%에만 예방 효과를 나타낸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독일 언론의 보도가 자료를 잘못 읽어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다만 독일 보건부는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 시험에 참여한 고령층이 다른 제조사보다 적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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